"누군가 책임져야" 압박하는 금감원장…우리금융 제재 '사정권'
임원 제재도 가능해 중징계 받으면 거취 제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의혹에 대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우리금융의 늑장 보고와 관련해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특정 금융그룹을 향한 이례적인 금감원장의 발언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제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검사를 진행중이다. 금감원이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350억원 규모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한 지 2주만에 재검사에 착수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확인할 부분이 있어 현장검사를 하고 있다"며 "이번주 검사를 진행하고 다음주까지 더 늘어날 수 있다. 검사 기간은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의도적으로 금융당국에 해당 대출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추가 검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같은 금감원의 행보는 '윗선'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을 대상으로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는 제보를 받아 지난 6~7월 현장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을 처음으로 인지한 시기는 지난해 9월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대출 관련자인 임 전 본부장이 퇴직한 지난 1월 자체 감사에 착수한 후 지난 4월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관련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은행측은 자체 검사에서 부당대출이 아닌 '여신심사 소홀'로 판단했다며, 여신 부실화는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 규정에 따라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시선은 다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고를 의도적으로 축소 및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해 우리금융 경영진이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당국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우리금융 경영진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법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당대출 수습도 담당자가 퇴사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이뤄졌다며 "새로운 지주 회장·은행장 체제가 1년 넘게 지속됐는데 이러한 수습 방식은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제재 수준이다. 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금융사고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고, 법 위반시 임직원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다. 특히 보고의무 위반시 은행법 69조1항에 따라 과태료 부과 등 기관제재를 받게 되며, 관련 경영진과 임원에게는 불건전 영업행위인 부당대출 책임에 따라 신분상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금융사고 미보고로 인한 제재는 '주의' 수준의 경징계가 내려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금융이 금감원장에 ‘찍힌’ 만큼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급 제재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물론 늑장 보고의 책임을 CEO급까지 물을 수 있을지는 법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이은 내부통제 부실 사태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금융당국이 줄곧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것도 이들 경영진의 거취에는 부담이다. 조 행장의 임기는 연말,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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