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 공방 와중에…'파업으로 하나 된' 노조
일감 쌓이고 인력 부족한 와중에…납기지연, 신뢰도 하락 우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등 방산 분야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양사 노조는 ‘파업’으로 대동단결했다.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따르면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은 오는 28일 공동 경고파업을 벌이고 사업장별로 조합원 결의대회를 연다.
조선노연에는 국내 대형 조선 3사와 중형 조선소 노조가 참여하고 있지만 이번 파업의 주력은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지회(한화오션 노조)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파업에 나선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한다. 같은 HD현대 계열인 현대삼호중공업지회(HD현대삼호 노조)는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3시간 30분 파업하고 전 조합원 파업 출정식을 연다.
또 다른 HD현대 계열사 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로, 아직 쟁의권이 없는 상태다. 오는 30일 조정중지 결정을 받으면 이후 진행되는 조선노연 공동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오션 노조는 오후 4시간 파업을 벌인다. 오후 12시20분에는 교섭 보고대회를 연다. 중형 조선업체인 케이조선 노조는 오전 11시부터 전 조합원 파업 출정식과 함께 파업을 시작해 오후 5시까지 5시간 파업을 벌인다. HSG성동조선 노조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파업을 벌인다. 파업 시간동안 집회도 예정돼 있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대형 조선소인 HD현대 계열사들과 한화오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빅3 중 나머지 한 곳인 삼성중공업의 경우 노동자협의회가 이번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집행부 중심의 천막농성만 벌인다.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현재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놓은 상태다. HD현대 계열 3사의 수주잔고는 743만8600만 달러(99조원)에 달한다. 한화오션도 318억 달러(42조원)의 수주물량이 생산 대기 중이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발생할 경우 생산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공정이 늦어져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신뢰도 하락은 물론, 피해 보상금 부담까지 감수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감이 많지 않던 시기에는 파업 참여 조합원 수도 적었고, 사내하청 인력도 많아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었지만, 요즘처럼 공사 일정이 촉박한데 인력은 부족한 상황에서는 일부 인원만 빠져도 차질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방산 분야에서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개념설계도 유출과 관련해 법정공방 및 여론전을 펼쳐 왔으며, 미국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호주 호위함 등 해외 사업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간 ‘불편한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양사 노조는 ‘파업’이라는 공동 노선을 걷는 상반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노연 공동파업에 대해 “파업의 파장을 업계 전반으로 확대해 교섭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쟁의권은 근로조건의 결정을 놓고 노사간 이견이 커 조정이 불가능할 때 노조에 부여되는 권한인데, 각 사별 교섭 현안이 다른 상황에서 노조끼리 뭉쳐 공동파업을 벌이는 건 정당하지 못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선노연은 28일 공동파업 이후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 뒤 만족할 만한 제시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9월 4일 울산, 같은 달 9일 공동 파업을 재개하고 거제에 모여 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특히 9월 4일에는 대표자회의를 열어 추석 이후 파업 등 투쟁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라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중앙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28일 파업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며 “연이은 9월 4일, 9일 조선노연 전체 파업은 불가피해진 상황임을 직시하고. 또 다른 투쟁이 필요하면 교섭장에서 계속 뻗대기를 하기 바란다”고 사측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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