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정치자금 기부 안 한다"…"상위 50대가 2조원 기부"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미 하원의 짐 조던 법사위원장(공화당·오하이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 목표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역할을 하거나, 남들에게 역할을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도 않다"며 "이번 선거에선 지난 선거 때와 비슷한 기부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조던 위원장에게 약속했다.
저커버그는 부인 프리실라 챈과 함께 2020년 대선을 앞두고 4억 달러(약 5316억원) 자금을 선거 관련 비영리 단체에 기부했다. 당시 저커버그 부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때문에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선거 공정성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기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속에서도 투표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예산이 부족한 지방 도시 선거 본부에 지원됐다.
그러나 당시 공화당 측은 저커버그의 지원이 "민주당을 돕는 불공정 행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저커버그의 거액 기부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주(州)정부들은 개인이 지원한 돈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게 법 개정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저커버그가 정치 자금 후원 중단을 선언한 핵심 이유로 꼽힌다.
"상위 50대 후원자가 2조원 내"
한편 이번 대선에선 상위 50대 후원자가 15억 달러(약 2조원)를 기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6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대선 및 상·하원 선거와 관련해,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한 상위 50대 후원자 목록을 정리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이 기부한 15억 달러(약 2조원) 가운데 상당수는 슈퍼팩(정치자금 후원단체)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 연방법은 후원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 개인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슈퍼팩을 통한 후원금은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WP에 따르면 거액 기부자들은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더 기부했다. 상위 50대 후원자(개인 및 기관) 중 공화당에만 기부한 후원자는 26명으로 민주당 후원자(18명)보다 많았다.
개인 자격으로 돈을 가장 많이 낸 사람은 앤드루 멜런 전 재무부 장관의 손자인 철도 재벌 티머시 멜런이다. 멜런은 공화당 성향 단체에 1억6500만 달러(약 2195억원)를 냈는데, 그 중 1억2500만 달러(약 1662억원)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슈퍼팩에 들어갔다.
2위는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립자인 케네스 그리핀으로 공화당에 7570만 달러(약 1007억원)를 냈다. 3위(제프·자닌 야스 부부, 금융 및 교육업)와 4위(리처드·엘리자베스 율라인 부부, 해운업) 모두 공화당을 지원했다.
민주당에 가장 많이 기부한 개인은 금융정보·미디어 기업인 블룸버그를 세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 등 민주당에 4100만 달러(약 545억원)를 후원했다.
기업과 단체 중에는 특히 가상화폐 업체가 정치자금 기부에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WP에 따르면 기업과 단체 중에서 정치 기부금 1위는 9110만 달러(약 1211억원)를 기부한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였다. 이 중 8600만 달러(약 1144억원)가 가상화폐 산업을 옹호하는 슈퍼팩 ‘페어 셰이크’로 흘러 들어갔다.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가상화폐 기업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며 "정당을 가리지 않고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후보에게 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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