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677兆…건전재정 작심한 정부 '재정준칙' 안으로 [2025 예산안]
윤석열 정부가 임기 4년 차인 내년도 예산을 올해(656조6000억원)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를 제외한 연구개발(R&D), 보건·복지·고용, 교육, 환경, 외교통일 등 11개 분야 모두에서 예산이 늘었다.
정부의 내년 예산 증가율은 역대 최저로 낮았던 지난해(2.8%)보다는 높지만 당초 예정됐던 4.2%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경상성장률(4.5%)에도 한참 못 미친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나간다는 뜻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고 내달 2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20조8000억원(3.2%) 늘어난 것이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이 4%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 계획상 내년 지출 증가율은 4.2%로 예상됐는데, 이보다도 1.0%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총지출 증가 규모 억제를 통한 강력한 재정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2년째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재정 여건 속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라살림 적자 비율을 계획된 3% 이하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임기 첫 3년간의 총지출 증가율 평균은 3.7%로, 확장재정을 펼친 이전 정부 첫 임기 3년 평균(8.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악화했다”며 “이를 정상화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긴축 재정 속 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노인·장애인·취약아동 등 약자복지 강화, R&D 지원 등 경제활력 확산, 필수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복원 등 미래를 위한 체질개선, 국방과 치안·자연재해 대응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12개 분야 중 내년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부문은 R&D(11.8%)다. R&D 예산은 3대 게임체인저, 12대 전략기술 등을 중심으로 총예산 규모를 지난해 29조3000억원보다 높여 역대 최대인 29조7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보건·복지·고용(4.8%), 환경(4.0%), 외교통일(3.7%), 교육(3.5%) 등이 뒤를 이었다.
보건·복지·고용 예산 중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일·가정 양립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000억원의 투자를 배정했고, 청년 일경험 지원 예산도 469억원 늘렸다. 육아기 단축근무를 돕는 동료에게 보상하면 사업주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지원금에 252억원을 쓰기로 했다. 의대 증원에 따른 국립의대 시설, 장비 확충과 사립의대 융자 등에 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당면한 민생과 경제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국가채무가 1200조원을 훌쩍 넘어 미래 세대의 부담이 한층 무거워진 생황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재정을 효율적, 전략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77조7000억원, GDP 대비 2.9%
내년 예산안에서 나라살림 적자폭은 2019년 이래 최소화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9%로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 안으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다.
내년 예산 총지출은 677조4000억원, 총수입 651조8000억원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5조6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은 GDP 대비 1.0%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7조7000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54조4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7조원까지 불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9%로 올해(3.6%) 대비 0.7%포인트 떨어지게 된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 기준(3%) 안으로 처음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매년 3%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2% 이내로 축소한다.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건전재정 원칙을 강조하며 재정준칙을 국가재정법에 신설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1대 국회에서 도입이 무산됐다. 기재부는 “21대 국회에서의 논의 결과 등을 반영해 22대 국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입법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4~2028년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3% 이내에서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가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목표를 내년 2.9%에 이어 2026년 2.7%, 2027년 2.5%, 2028년 2.4%로 서서히 낮춰간다.
나랏빚 1277조원으로 불어나…GDP의 48.3%
정부가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는 폭증한 나랏빚 영향이 크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올해(1195조8000억원) 대비 71조2000억원가량 늘어난 1277조원으로 전망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7.4%에서 내년 48.3%로 소폭 높아진다.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 2019년 723조2000억원, 2020년 846조6000억원, 2021년 970조7000억원, 2022년 1067조4000억원, 지난해 1134조4000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26년 49.1%, 2027년 49.8%, 2028년 50.5%로 증가폭을 최소화하고, 2028년부터 50%대 초반 수준을 목표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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