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카오의 민낯

손선희 2024. 8. 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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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를 필두로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기소된 카카오와 관련해 최근 인상적인 두 장면이 있었다.

시세조종 공모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출자한 헬리오스가 SM 주식을 사들이자 두 사람은 "그쪽 대표가 스테판(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이랑 되게 친한 멤버래"라는 추측을 했다.

두 번째는 검찰이 카카오엔터의 김성수 전 대표,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을 기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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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희 사회부 기자

창업자를 필두로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기소된 카카오와 관련해 최근 인상적인 두 장면이 있었다. 먼저 지난 2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재판이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 미래전략실 소속 직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 심문 과정에서 ‘SM 시세조종’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지난해 2월께 A씨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이 나눈 메신저 및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내용은 차치하고 두 사람의 ‘격의 없는’ 대화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로 반말을 쓰는 건 물론 고위 경영진인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를 ‘재현이 형’이라고 불렀다. 시세조종 공모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출자한 헬리오스가 SM 주식을 사들이자 두 사람은 "그쪽 대표가 스테판(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이랑 되게 친한 멤버래"라는 추측을 했다. 동네 친구 같은 두 사람의 말투와 달리 그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강 실장은 이번 사태로 기소된 피고인 중 한 명이다.

A씨와 강 실장이 사적으로 얼마나 친한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한때 시가총액 75조원을 웃돌며 코스피 시총 순위 3위까지 올랐던 ‘대기업집단 카카오 공동체’의 투자전략 수뇌부에서 이뤄진 업무 대화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들었다. 카카오는 사내에서 본명이나 직급 대신 영어 닉네임을 부르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사 구분조차 안 되는 지경의 소통 방식들이 현 위기의 단초가 된 것은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검찰이 카카오엔터의 김성수 전 대표,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을 기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날이다. 카카오엔터 대외홍보 담당자는 ‘향후 재판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그들의 입장을 애써 전달해 왔다. 아마도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리고 있는 듯 보였다.

카카오엔터 법인은 이 사건의 피해자다. 김 전 대표와 이 전 부문장은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특히 이 전 부문장은 자신이 1억원을 들여 설립한 드라마 제작사에 무려 737억원의 회삿돈을 쏟아붓도록 유도했다. 본인이 실소유주란 사실을 숨겨 319억원의 사익을 챙겼다. 김 전 대표는 이를 결재한 대가로 금품을 받아 다이아 목걸이를 사는 등 사치를 즐겼다고 한다.

사태 이후 제대로 된 인사 조처는커녕 김 전 대표는 ‘비상임 고문’으로 대우받고, 이 전 부문장도 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인 기업 홍보담당자가 가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김범수 위원장을 비롯한 카카오 수뇌부의 혐의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보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라는 기업이 ‘법정 밖’에서 잃은 것에 주목해 본다. ‘쇄신’ 총대를 메고 투입됐던 김정호 전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극심한 내홍 끝에 내쳐진 일은 전조 현상이었을까. 이번 사태로 드러난 카카오 공동체의 부실한 조직관리, 친목에 의존한 수뇌부의 소통방식, 폐쇄적 리더십 등은 ‘국민 메신저 기업’ ‘성공한 IT 스타트업의 표상’이었던 그간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김 위원장의 첫 공판은 다음 달 11일이다. 향후 재판에서 드러날 카카오의 ‘민낯’이 벌써 우려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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