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안 통과…100兆 에너지 기업 11월 출범

최서윤 2024. 8. 27. 10: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석 주주 85.76% 찬성으로 원안대로 승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안건이 2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라며 반대했지만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계약 안건을 통과시켰다. SK이노베이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에서 예상대로 합병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출석 주주 85.76% 찬성으로 원안대로 합병이 승인됐다.

주총 특별결의사항인 합병은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면 통과된다. 주총에는 전체 주주의 62.76%가 참석했다. SK이노베이션 주요 주주는 SK그룹 지주사 SK㈜ 36.22%, 국민연금 6.28%, 개인 24.9%, 외국인 20.9%, 기타 기관 8.9% 순으로 SK㈜가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요건만 충족하면 됐다. SK E&S는 비상장사라 주총 일정 등을 대외에 공개하진 않지만 SK㈜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 승인이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이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SK 측은 6817억원을 매수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준비한 매수금액 8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이날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 예정가액은 주당 11만1943원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0만6500원으로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밑돌아 차익 실현을 위한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결정하며 ‘8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공시한 바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주총에서 이와 관련해 "과거 사례를 참고해서 충분하게 한도를 설정했다"며 "회사가 예상한 범위 그 이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과하면 이사회와 협의해서 진행 여부 결정할 것"이라며 "회사 보유 현금이 1조4000억원 이상 되기 때문에 그 금액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의 주식 거래 비용이 들고 관련 규정상 한 달가량 자금이 동결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매수 예정가액과 현 주가 차액도 5000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 합병하면서 자산 100조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에너지 기업 2위에서 일본 에네오스(ENEOS) 홀딩스(95조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합병법인은 오는 11월1일 정식 출범한다.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양 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합병법인을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한다. 2030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0조원 규모 종합에너지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SK그룹은 리밸런싱(사업 재편) 차원에서 양 사 합병을 추진해 왔다. SK 측은 이번 합병에 대해 외형적 성장을 통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SK온 구하기’ 일환이라는 게 시장 평가다.

박 사장은 자사주 매입 여부에 관한 주주 질문에 "합병 완료 이후 회사 재무사항 등 여러 사항을 판단해서 주주 친화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에서도 밸류업 계획 등을 말씀하고 계신데 저희도 그에 부합하게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서 주주 여러분께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SK온 흑자 예상 시점에 관한 질문에는 "(SK온 실적은) 외부적인 요인이 상당히 크다. SK온 내부적으로 두 가지 노력을 같이해야 한다고 본다"며 "내부적인 원가 절감 통해서 성장이 더뎌도 이익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며 "또 기존 석유화학 사업 외에 균형 있는 사업을 구축해 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2일 상장사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사 SK E&S 합병 비율 1대 1.1917417이 적절하지 않으며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합병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합병 비율 산정이 자본시장법상 문제가 없어도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자산가치 대비 절반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어 회사 주식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았다고 봤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오는 11월20일 상장된다. 합병 후 SK㈜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