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퀄컴과 車반도체 첫 협력…완성차 공급 길 열려
글로벌 완성차·차부품 고객사 장기공급 계획
하반기 LPDDR5 공급…車반도체 1위 도약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형 고객사인 퀄컴과의 협력분야를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한다. 휴대전화 칩, 확장현실(XR) 헤드셋에 이어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퀄컴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업체에 차량용 D램을 장기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솔루션에 탑재되는 차량용 메모리 LPDDR4X(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4X) 인증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삼성전자 LPDDR4X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도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보장하면서 자동차 전자부품 협회의 차량용 반도체 품질 기준인 'AEC-Q100'을 충족했다. 최대 32기가바이트(GB) LPDDR4X를 공급해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안정성'과 관련해 높은 신뢰도를 쌓아온 게 퀄컴과의 협업을 강화하게 된 배경으로 꼽았다. 2017년부터 차량용 메모리를 생산한 삼성전자는 같은 해 9월 세계 최초로 자동차용 eUFS(내장형 범용 플래시 스토리지)를 양산했다. 자동차용 eUFS는 고급세단, 스포츠카 등 고스펙 차량의 차세대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대시보드 시스템에 들어가는 메모리다. 지난해 7월에는 초저전력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UFS 3.1을 양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여년간 지진, 화재, 정전, 한파, 코로나19 등 세계의 각종 재해에도 차질 없이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고객사를 지원했다. 차량용 메모리 제품을 개발부터 공급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역량을 갖춰 생산 효율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으로 차량용 메모리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미국 마이크론이 44%, 삼성전자가 32%로 나란히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업체 등 고객사에 장기 공급이 가능해져 1위인 마이크론을 거세게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을 주요 사업 분야로 판단하고 최적화된 제품 개발과 적기 공급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차량용 LPDDR4X에 이어 차세대 제품인 LPDDR5를 올해 양산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에 공급된다.
조현덕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경쟁력 있는 메모리 설계 및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에 최적화된 차량용 D램 및 낸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며 "퀄컴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전장 업체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8%, 차량용 D램 시장은 연평균 16%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7년에는 1000억 달러(약 133조원)를 넘게 된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생산을 전환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이 200~300개라면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는 1000~2000개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에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웨이모에 공급하는 HBM2E는 현재 주력 제품인 5세대 HBM3E보다 앞서 개발된 3세대 HBM이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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