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풍기는 흉물됐다…잡풀만 가득한 '15억짜리 도심 물놀이장' [영상]
김윤호 2024. 8. 27. 10:27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자치단체가 조성한 한 도심 공공 물놀이장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물놀이장이 오히려 미관을 해치는 시설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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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 투성이에 출입금지 현수막
지난 22일 울산시 중구 다운동. 아파트 단지 옆 도로를 따라 500m 정도 걸어가면 큰 미끄럼틀과 풀장으로 꾸며진 물놀이장이 보였다. 7007㎡ 규모인 다전물놀이장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물놀이장 주변은 트럭과 굴삭기 등 중장비가 주차된 상태였다. 물놀이장 출입구에는 '출입금지'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풀장에는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썩은 물 때문에 곰팡이 같은 녹색 이물질도 군데군데 보였다. 원인 모를 악취까지 났다.
화장실과 탈의실 등 물놀이장 시설 바닥은 잡풀과 나뭇가지·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손수레와 모래 등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물놀이장 상징인 미끄럼틀은 낡아서 위험해 보였다. 물놀이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정모(40·울산 남구 선암동)씨는 "폭염이 한창일 때 아이와 물놀이를 하러 갔지만, 사용 불가 상태였다"며 "물놀이장이 도시 미관만 저해하는 흉물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물놀이장은 울산 중구가 2014년 6월에 15억 원을 들여 지었다. 당시 지역 최초의 유수풀이 설치된 공공 물놀이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개장 이후 2018년 여름까지 매년 3만 명 이상이 이용했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같은 해 5월 물놀이장 부지 일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국도 14호선 확장 공사 구간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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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장 운영을 중단한 중구는 LH와 인근 다른 공원에 다전물놀이장을 대체할 새 물놀이장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새 물놀이장을 지을 부지에서 유물이 발굴되면서 새 부지 물색이 지연됐고, 물놀이장 조성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금방 사업이 추진될 줄 알았는데…."
물놀이장 운영을 중단한 중구는 LH와 인근 다른 공원에 다전물놀이장을 대체할 새 물놀이장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새 물놀이장을 지을 부지에서 유물이 발굴되면서 새 부지 물색이 지연됐고, 물놀이장 조성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중구 관계자는 "2020년 처음 문을 닫았지만, LH와 협의하는 과정 중인 2022년 여름에 한 달여간 한차례 개장하기도 했다"며 "국도 14호선 공사가 바로 시작되고, 새 물놀이장도 금방 다시 개장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결국 공공기관 사업 추진 지연으로 시민들만 폭염에도 물놀이장을 쓰지 못한 셈이다.
울산 중구의회 홍영진 의원은 중구청에 서면 질의를 하면서 "매년 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던 다전물놀이장이 폐쇄되면서 주민들의 여가와 휴식 장소가 사라졌다"며 "물놀이장을 재개장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구청 측은 "LH 국도 14호선 확장 공사가 늦어지면서 물놀이장 이용 문제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LH와 다전물놀이장 철거·보상, 대체 시설 조성 문제를 지속해서 협의 중이다. 이른 시일 내에 주민이 만족할 수 있는 여가시설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심 물놀이장은 전국 곳곳에 있다. 여름철 35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지자체와 민간이 다양한 테마로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찜통더위 '대프리카'로 유명한 대구에는 20곳 이상의 물놀이장과 물놀이터가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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