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앗수다"…태풍도 아닌데, 제주공항서 300명 쪽잠 왜
최충일 2024. 8. 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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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잠 체류...폭삭 속앗수다(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출근해야 하는데, 회사에 아직 얘기도 못 했어요” 27일 오전 6시 30분 제주국제공항 3층 대합실. 대합실 구석에 사람들이 모포를 깔고 누워있었다. 누워있는 이들 사이로 아침 비행기로 제주를 떠나려는 관광객이 삼삼오오 지나갔다. 체류객 곽모(50·대구시)씨는 “항공기가 결항한 후 늦은 시각 숙소를 구하기도 모호해 아침 일찍 떠날 계획으로 공항에서 잤다”며 “공항과 제주관광협회에서 물과 모포를 나눠져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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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설·태풍 외에 이런 일 처음”
26일 오후 8시 55분 김포행 대한항공 KE1336편 항공기가 이륙 도중 기체 고장으로 제주공항 활주로에 멈춰선 뒤 결항한 비행기 승객 일부가 제주공항 대합실에 체류하며 빚어진 풍경이다. 체류객 양모(65·대구시)씨는 “아내와 딸아이 둘과 제주 여행왔다 공항에서 자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제주 택시기사분도 폭설이 내리거나 태풍 외에 공항체류 상황이 생겨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체류객 이모(23·대구시)씨는 “무엇보다 큰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피곤하긴 하지만 이 또한 경험이라 좋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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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상’으로 급브레이크 밟자 타이어 파손
27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전날(26일) 오후 8시55분 대한항공 KE1336편 항공기가 이륙 도중 타이어 등 바퀴 부분 고장으로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멈춰 섰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가 이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조동력장치쪽 엔진이상 경고음이 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타이어에 무리가 가면서 파손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9시17분부터 오후 11시37분까지 2시간20분가량 활주로가 전면 폐쇄돼 항공기 25편이 지연 운항하고 4편이 결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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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제주관광협회, 체류객 모포 나눠줘
김포공항 커퓨타임(항공기 이착륙 제한 시간)을 고려해 김포행 항공기 승객들은 인천공항으로 도착지를 변경해 출발했다. 대구와 김해공항으로 가는 항공기들은 운항이 취소됐다. 또 연이어 출발 예정인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하고 대기했고, 제주 도착 예정이던 항공편이 회항하는 등 큰 차질이 빚어졌다. 취소된 항공편 승객 일부는 제주국제공항 당일 새벽 2시쯤부터 대합실에 남아 오전 9시 정도까지 쪽잠을 청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밤새 공항에 체류객 300명이 발생해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서 준비한 매트 500개와 생수 등을 직원들이 함께 나눠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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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버스편·택시 지원 등 불편 최소화 노력“
고장이 난 대한항공 항공기는 고장 2시간쯤 후인 26일 오후 11시 2분쯤 토잉 트랙터로 견인됐다. 바퀴 부분 고장으로 비행기가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견인에 시간이 걸렸다. 비행기 안에 타고 있던 승객 171명은 2시간 넘게 비행기에 갇혀 불편을 호소했다. 이 항공기 승객들은 추가로 대기하다 자정 32분 대체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이 여객기 탑승객 1명은 대기 중 목 통증을 호소해 직원 동행하에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에 해당 TF팀을 가동해 수도권 다섯 군데로 출발하는 버스편으로 승객 이동을 도왔고, 지방 승객에게는 택시비를 실비로 정산해 승객 불편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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