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일곱가지 빛깔처럼 다양한 '회화 이야기'
회화 중심 젊은 작가 7인 전시
동시대 회화 매체 실험성·다양성 조명
동시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현실을 인식하는 일곱 작가의 회화를 통해 인간 내면과 본질을 통찰하는 기획전이 관객을 찾아온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은 회화를 중심으로 조형 언어에 대한 실험을 전개 중인 국내 작가 일곱 명을 소개하는 전시 '지금의 화면'을 10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자연물 인물 사물 등의 소재로 작가들이 화면에 담아내는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동시에 회화의 다양성과 가능성에 대해 고찰한다.
박다솜은 몸에 대한 고민을 그림의 바탕인 천과 종이의 물성을 매개로 풀어나간다. 시각화할 수 없는 꿈속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회화의 바탕과 이미지의 관계를 전복한 그의 작업은 새로운 시공간으로 구현된다. 천 조각 일부를 벽에 테이프로 고정한 후 각각의 지점을 중심으로 주름진 천의 형태를 따라 그린 '수틴의 소'(2024)를 비롯한 여러 신작은 그림의 몸에 대한 확장된 작가의 사유를 드러낸다.
인간의 맹목적 믿음과 욕망에 대한 사유를 희화화한 작업을 이어온 장종완은 이를 낙원의 모습으로 제시한다. 여러 상징적 이미지와 화려한 색이 조합되어 과도하게 밝고 낭만적으로 묘사된 풍경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막연하게 꿈꾸는 이상적 사회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냉소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수인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감정과 긴장감을 자연물에 투영하여 형상화한다. 그는 이러한 화면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내심 기대를 갖거나 진심을 드러내지 못하는 가식적 순간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겪는 보편적 불화에 대해 다뤘다면, 신작에서는 사랑의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진실과 거짓에 대해 껴안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을 엉켜있는 파도로 그려낸 'He gives me butterflies'(2023) 등 애정 행위를 표현한 작업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빛과 어둠, 삶과 죽음, 소란과 침묵 등 상반된 두 힘에 대한 호기심을 기반으로 작업을 지속한 서민정은 죽음을 둘러싼 공허와 모든 것이 숨죽여 움직이는 새벽의 시간을 엮어 이동과 여정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과거 작업에서 소통이 불가한 현실에서 오는 소외와 절망의 감정, 그럼에도 계속해서 실패에서 벗어나 움직이려 하는 낙관적인 태도를 시각화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빛과 어둠, 삶과 죽음 등 양면적 두 힘이 전환되는 과정과 변화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권혜경은 모티브가 기호화된 추상회화를 통해 그림을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 작가는 직접 경험한 장소나 상황을 사물에 투영하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하는데, 이때 작품 속 사물은 당시 그의 기억과 감정이 축적된 중요한 장치들이다. 독일 유학 시절 항상 이방인일 수밖에 없던 자신의 모습을 주변부에 위치하거나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사람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사물에 빗대어 표현한 작가는 회화를 통한 성찰과 동시에 작업의 확장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정덕현은 객관적 보기에 대한 질문을 어둠 속에 희미하게 그려진 사물 초상으로 나타낸다. 그는 과거 공장에서 잠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시스템 속 개인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기계 부품 등의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물을 등장시켰고, 이는 작가 자신의 동료, 사회 구성원의 초상에서 점차 한국 사회의 단면으로 확장됐다.
지희킴은 정원의 개념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기이한 식물의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표현한다. 대상의 정형화된 관념을 무너뜨리고 이를 자신만의 조형적 방식으로 재배치 해온 작가는 오랫동안 몸과 신체성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절단·훼손·분리를 거친 변형된 신체의 이미지를 회화, 설치로 표현해왔다. 이런 전작에서 나아가 '정원' 연작(2022~)에서 작가는 인공적으로 구축되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사적 공간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을 가상의 식물로 번역해 비정형적 인간의 몸을 은유하고, 여기에 우리 감정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으로 새롭게 재해석해낸다.
이처럼 참여 작가들은 가장 내밀한 감정이나 사적인 이야기부터 사회 현상에 대한 사유까지, 아울러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화면 안에 시각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주제와 기법으로 이뤄진 저마다의 작업으로 관객의 자극을 이끌어내고, 시대 현상과 흐름에 반응하며 소통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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