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사이에 낀 '몽탄신도시'의 눈물…위태로운 줄타기 외교[AK라디오]

이현우 2024. 8. 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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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경유 가스관 놓고 중·러 갈등
중세시대 군사강국에서 약소국으로
한국 및 동북아시아 정세 전체와 연결

최근 한국 기업들의 몽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몽탄신도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한국의 맘스터치, 메가커피, 뚜레쥬르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몽골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몽골은 중국과 더 가깝지만 한국 기업들이 더 활발하게 진출하는 현상은 이례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몽골의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몽탄신도시 현상 속에 중국과 러시아란 거대 강국에 둘러싸인 몽골의 생존전략이 숨어있는 것이다.

몽골 지나가는 가스관 둘러싼 중·러간 갈등…세력확장 경계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몽골은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국가로, 남한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를 지녔지만 인구는 350만 명에 불과하다. 거대 강국들 사이에 끼인 몽골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몽골은 한국 기업의 진출을 환영하고 중국 기업의 진출을 경계하는 한편,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중립 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가 연기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러시아에서 몽골을 경유해 중국으로 연결되는 직결 가스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였지만, 2028년 이후로 연기됐다. 표면적인 건설 연기의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간 가스가격 협상 조정에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이보다 더 복잡한 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몽골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자국에서 직접 관리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가스관 관리를 넘어 군사적 개입의 여지를 남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가 가스관 관리를 명목으로 러시아 가스기업, 직원들을 상주시키면 유사시 자국민 보호를 근거로 군사개입을 할 여지가 생긴다. 중국은 이를 크게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세시대 무적의 군사강국에서 약소국으로 전락한 몽골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위치한 징기스칸 동상.[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란 이웃 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전략을 펴야하는 몽골은 과거의 군사적 위상을 잃은지 오래다. 현재 몽골의 군사력은 상비군 3만명, 예비군을 포함해도 10만명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유사시 참전 가능한 상비군 병력은 1만명 남짓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군도 전투기와 수송기를 합쳐 10대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며 내륙국가라 해군도 없다. 세계 2, 3위의 군사강국인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몽골의 군사력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로인해 몽골은 강대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펼칠 수 밖에 없다. 양국 모두와 표면적으로는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동시에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미국이나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나서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주변국들의 긴장을 유발하고, 그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취하려 한다.

역사적으로 몽골은 13세기 징기스칸 시대 세계를 제패한 강국이었다. 당시 몽골의 기마병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몽골군의 전술은 현대 군사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선발 부대가 적군 방어선을 뚫은 후 보급없이 계속 진격해 적의 주요 중점기지를 타격하는 나치 독일의 전격전 전술의 원형이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근대 이후 화기의 발달로 기병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몽골의 군사력도 쇠퇴했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면서 총기와 대포가 주된 무기로 등장했고, 기병은 더 이상 전장을 지배하지 못하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기병 전술은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인구가 적고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몽골은 현대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우크라 전쟁이 몰고온 역풍…위태로워진 중·러간 세력균형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현재 몽골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극동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간 세력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극동지역의 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에 동원되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이 해당 지역으로의 세력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일대는 옛 소련시절인 1960년대부터 분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제대로 된 국경 획정 없이 무력 충돌이 반복됐고, 1960년대 중국과 소련 양국이 실제로 접경지역에서 제한적인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여전히 연해주와 몽골을 포함한 옛 청나라 영토를 일종의 미수복지구로 여기고 있는 측면도 분쟁을 지속시켜왔다.

몽골은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에 대비해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몽골이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350만명에 불과한 인구로는 공업화, 군사강국화에는 한계가 크기 때문에 우방국가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및 동북아 정세와 연결된 몽골의 정세

몽골의 지정학적 상황은 한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몽골로의 세력 확장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중국의 패권주의 성향을 더욱 강화시키고 이는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은 현재 '제3의 이웃' 정책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외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두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 일본, 미국 등과의 관계 강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몽골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 구리, 금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이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것이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내륙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로 인해 자원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몽골의 인구 문제도 주목할 만하다. 넓은 영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구는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몽골 정부는 인구 증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다. 이는 외국 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으로 몽골의 외교 전략과 경제 발전 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강대국 사이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한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몽골의 사례는 지정학적 위치가 국가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몽골 진출은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몽골 정부의 환영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과 몽골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앞으로도 경제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몽골의 사례는 작은 국가가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지정학적 위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려는 몽골의 노력은 국제 정치와 경제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앞으로 몽골이 어떻게 이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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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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