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의 韓 원전 수주 '딴지'에…체코 "이의제기 할 수 없다" 일축

강태화 2024. 8. 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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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전력공사(CEZ)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 2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반발하며 체코 정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도 한수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문제가 있다며 체코 정부에 항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한수원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체코전력공사는 "규정에 따라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체코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문제 제기를 일축한 셈이다.

한국이 지난달 17일 24조원 이상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사실상 따내면 서 이를 발판으로 한 릴레이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웨스팅하우스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 주장의 핵심은 한수원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형 신형 원자로인 APR1000과 APR1400의 설계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원천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한수원이 해당 원자로를 활용한 원전을 체코에 건설할 경우 불법이 된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참가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는 원전 기술을 체코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며 “그러나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웨스팅하우스 허락없이 이를 제 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 자사 모델인 AP1000을 가지고 한국과 경쟁했지만, 결국 수주전에서 탈락했고, 체코 정부는 지난달 17일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웨스팅하우스는 고리 1호기 건설부터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해 관련 기술을 전수해왔다. 또 해외에 수출되는 한국형 원전이 웨스팅하우스의 모델에 기반을 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한수원은 원자로 개발 초기 웨스팅하우스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 등은 한국이 독자 개발해 미국의 수출 통제의 대상 자체가 아니란 입장이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원전 수출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있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소송 자격이 없다”며 이를 각하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이에 항소해 소송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수원을 최대한 압박해 관련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웨스팅하우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대신 (한수원의)APR1000을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천개의 일자리가 한국에 수출된다”며 “특히 해당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의 일자리 1만5000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쇠락한 공업지역을 뜻하는 ‘러스트 벨트’의 핵심으로, 이곳은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이다. 해당 지역의 일자리 문제는 대선에서 극도로 민감한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체코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원전 분야를 비롯한 양국 간 실질적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뉴스1


정부는 그간 웨스팅하우스의 반발 가능성과 관련 “중재를 위한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분쟁은 마지막 조율 단계”라고 했고, 이날 방미 때도 “정부간 협의가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한·미동맹 기조 하에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전력공사도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

체코뉴스통신(CTK)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의 문제 제기와 관련 체코전력공사는 "(탈락한 두 나라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체코 반독점사무소 대변인은 두 나라의 이의 제기에 대해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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