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리스크' 대형건설사, 신용등급은 A? [Why&Next]
모기업 지원 덕에 신용등급 ↑
대보·서희건설 등 'A' 아래 머물러
"중견, 재무 안정성에도 자금 조달 어려워"
올해 상반기 ‘4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에 거론됐던 건설사들이 대거 신용등급 ‘A’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로 유동성, 부채비율, PF 리스크 등 악화에도 신용등급 ‘A’를 유지했다. 반면, 모기업이 없는 중견사는 안정적 재무구조에도 A등급을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모기업이 없는 중소기업이 자금 조달에 차별을 받는 오랜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과 함께,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부실을 부추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A의 비결
27일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기평가에 따른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은 ‘A-,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지난해(A, 부정적)보다는 하향됐으나 여전히 A등급 이상을 유지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공사비 상승과 대구 등에서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지난해 말 1878억원(별도 기준)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경북 포항 등에서 본 PF 전환·착공이 지연돼 PF보증금액이 28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는 등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확대됐다. 그러나 한신평은 모기업의 신용보강을 통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그룹사의 재무적 지원을 고려해 '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의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은 지난해 말에 이어 ‘A+, 부정적’을 유지했다. 롯데건설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따라 지난 한 해 순차입금이 2000억원 이상 늘어났고 올해 3월 말 PF 우발채무가 4조3100억원으로 자기자본(2조6500억원) 대비 과도한 수준이다. 한신평은 "다만 올해 1분기 계열사 지원으로 시중은행과 펀드를 조성해 우발채무 만기를 3년으로 연장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모회사 힘입어 높은 등급
GS건설은 4월 위기설에 거론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올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신용등급은 ‘A, 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GS건설은 이 사고에 따른 재시공·보상 비용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현장 원가 재점검 등으로 지난해 38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차입 규모가 지난해 말 5조7000억원으로 많이 증가하고 대규모 당기손실을 기록하며 부채비율도 262%로 상승했다. 하지만 신평사들은 GS그룹의 신인도, 지원 여력을 고려해 원래 받아야 할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KCC건설도 올해 ‘A-, 부정적’으로 A등급 이상을 받았다. 대구, 부산 지역에서 분양실적이 부진하고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올해 3월 말 순차입금이 2157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시기 도급사업 PF 보증 규모가 5350억원으로 확대돼 외부 차입, PF 우발채무 부담이 확대됐다. 하지만 한신평은 "KCC그룹의 우수한 대외신인도와 지원 여력 등을 고려하면 KCC건설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형님' 없는 건설사는 B등급
그룹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중견 건설사는 상황이 다르다. 대보건설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말 ‘BBB-, 안정적’에서 올해 상반기'BBB-,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안정적 재무구조에도 A등급 아래에 머물렀다. 평가 이유로는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 관련 영업정지 처분 결정에 따른 신규수주 차질과 함께 확대된 재무 부담이 꼽혔다. 한신평은 "공공공사 중심의 현금 창출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미약한 현금창출력과 매출채권, 대여금 등의 회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확대된 재무 부담을 단기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희건설의 경우 올해 상반기 ‘BBB+, 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서희건설은 부채비율이 2022년 113%(8601억원)에서 지난해 82%(6951억원)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73%(6577억원)까지 줄었다. 차입금 의존도는 2022년 8.6%에서 지난해 7%로 낮아졌으며 올해 1분기 유동비율은 현대건설(179%)과 유사한 178%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룹의 지원이 없는 점 등이 작용해 B등급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그룹의 직간접적 지원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여부는 핵심적 차별화 요소"라면서 "대기업 건설사의 경우 자체 신용도에다가 그룹사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유사시 그룹의 지원이 신용도에 반영되는 것이지만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높은 재무 안전성에도 자금 조달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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