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양궁처럼… 10회 연속 패럴림픽 金 도전하는 보치아
한국 보치아가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 보치아 대표팀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 한국은 보치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 서울 대회부터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지난 14일 사전훈련캠프에 합류해 현지 적응훈련을 이어왔다. 보치아는 올림픽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양궁처럼 패럴림픽의 효자 종목이다. 임광택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나 저나 양궁의 10연패를 TV로 지켜보면서 '우리도 해내자'라는 다짐을 했다"며 "그런 목표가 있어서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우리가 잘해야 중증 장애인 후배들이 새로운 꿈을 꾸고 훈련할 거라는 얘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펼쳐지는 대회 등급별 남녀 개인, 페어, 단체 등 8개 종목에 출전한다. 목표는 최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다. 임 감독은 "개인전에서 먼저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그 기운과 기세로 좋은 결과를 낼 것 같다"고 기대했다. 특히 간판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과 강선희(한전KPS)는 금메달 유력 후보다. 보치아 BC3등급 페어 종목에서 호흡을 맞춘다.
강선희는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다 보치아를 접했다. 47세의 나이에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그는 "경기장에 와서 시설을 보고 선수들을 보니 파리에 온 게 실감이 난다. 이를 더 악물고 체력적으로 뒤처진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10회 연속 금메달 도전이)부담도 됐지만 이뤄내면 영광일 것 같다. 그동안 훈련도 많이 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파리로 오면서 볼을 굴리는 홈통이 변형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문제없다. 강선희는 "감독님께서 (중요한)패럴림픽이라 스페어 홈통을 따로 준비해서 위기를 넘겼다.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때는 그런 적이 없는데, 다른 대회 때 물이 새서 그런 적이 있다고 하더라. 감독님께서 경험이 있으셔서 미리 준비하셨다"고 했다.
통산 다섯 번째 패럴림픽에 나서는 정호원은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호원은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버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제 자신을 조금 칭찬해 주고 싶다"며 "출전하는 2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모두 따내고, 한국의 10연속 금메달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강선희와의 호흡에 대해 "최근 3년간 같이 합을 맞추면서 지금 절정의 기량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 둘의 '케미'가 아주 잘 맞는 것 같아 이번 대회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광택 감독은 "그 전 네 번의 대회보다 정호원의 기량이 최고"라고 했다. 정호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치아를 그만둘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파트너 선수인 김승겸 코치가 많은 도움을 주면서 그만두지 않았다. 이후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면서 기량이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보치아는 참가국들의 실력 상향평준화로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 종목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기용 기구 개발, 스포츠의·과학 지원 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임 감독은 "일체형 홈통을 만들어 투구의 조준력과 정확성 향상을 노렸다. 보치아 장비가 습기에 변형이 쉽고 취약해서 볼 건조기, 홈통 건조기 등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개인전이 남녀부로 나뉘어 열리고 후보 선수가 사라지는 등 참가 시스템도 바뀌었다. 대표팀은 국가대표 선발 방식에 변화를 줬다. 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3회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이 치러졌다. 임 감독은 "양궁에서 금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어렵다고 표현하지만, 우리 보치아도 선발전을 하는 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이 자리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보치아는 각각 6개의 빨간색, 파란색 볼을 1개의 흰색 표적구를 향해 투구하는 경기다. 상대방 볼보다 표적구에 가까운 볼에 대해 1점씩 획득하는 방식이다. 개인전과 페어 경기는 4엔드, 단체전은 6엔드 점수를 합산해 승리 팀을 가린다.
임 감독은 "컬링과 유사하지만 표적구가 이동하면서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기는 종목이라 전술과 전략이 엄청 치열한 종목"이라며 "중증 장애인의 대표적 스포츠인데 '스포츠로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감동도 느껴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공동취재단,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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