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자본시장정책 진단]증권사 50% "밸류업 부족"…상법개정은 찬반 팽팽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 중 5곳은 지난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기업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계획) 프로그램에 대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참여 정도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결정되는 만큼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밸류업 정책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밸류업 원조격인 일본처럼 긴 호흡을 가지고 밸류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법 개정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으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공매도 재개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대해선 한숨 돌렸지만,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밸류업 평가에 대해선 잘했다·못했다 반반…밸류업 효과 내려면 3년 이상 의견이 60%
27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尹정부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증권사의 50%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한 증권사의 절반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플레이어인 증권사들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긍정하면서도 정책 효과를 내려면 추가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선 실효성이 떨어지는 세제 혜택(40%)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외국인 투자자·국내 기관들의 외면(20%), △지지부진한 상법 개정 추진(20%), △상장 폐지(일본) 등 채찍이 없음(20%) 등을 각각 꼽았다.
구체적으로 밸류업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어떤 정책이 추가로 보완돼야 하느냐고 묻는 말에 10곳 중 6곳이 '세제 혜택'이라고 답변했다. 밸류업 이행이 기업의 자발적 의지에 달린 만큼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설문에 응한 A증권사는 "배당수익에 대한 종합과세 기준이 부동산 이익과 같은 2000만원인데, 배당수익에 대해서는 기준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답했으며 또 다른 증권사는 "배당분리과세 항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금투세 폐지와 밸류업 계획 공시 및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배당소득세, 상속세 등의 세제 혜택이 포함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발표된 원안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책보단 기업(대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밸류업 공시는 총 23건에 그친다. 이 중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겠다고 예고하거나 공시한 계획을 이행했다고 알린 공시가 13건으로 실제 밸류업 계획이 담긴 공시는 8건에 불과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밸류업 동참을 당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자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업 밸류업의 핵심적인 성공요인은 시장참여자들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라고 강조했다.
또 상법 개정이 필요하단 응답도 두 곳이나 됐으며, 추가적인 정책 대신 장기적인 투자 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참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단 답변도 있었다. 증권사 10곳 중 6곳은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4분기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반면 "단기적인 수급 영향을 주는 것 외에는 효과는 없을 것"이란 의견과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도 두 곳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60%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주주환원 확대, 주가 상승 등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밸류업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4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 3년 이상은 20%였다.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10년간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졌듯이 우리나라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이 국내 자본시장에 안착하기까지 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외에도 1년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는 30%, 2년 이상 걸릴 것이란 응답은 10%로 나타났다.
상법 개정은 절반만 찬성…금투세 폐지·공매도 재개엔 압도적 찬성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묻는 말엔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50%로 집계돼 응답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법상 현재 ‘회사’로만 규정되어 있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찬반 논란이 워낙 거세자 현재 한발 물러난 상태다. 정부가 주춤한 사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 중이다.
증권가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넓히는 것과 함께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상속 및 증여 등 세제 관련 부분의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는 "주주 우선주의에 대한 항목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상법이 개정되어도 현실적으로 무시된다면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금투세에 대해선 폐지나 유예,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반대 의견은 없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투자 위축과 큰 손들의 자금 이탈로 국내 증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개인투자자와 의견을 같이했다.
공매도는 달랐다.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권사 10곳 모두 공매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증권사들은 불법 공매도는 제재 장치를 통해 관리하되 시장의 과열을 막고 주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공매도가 필요하단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던 부동산 PF 위기에 대해선 비슷하거나(50%) 덜 심각하다(50%)고 진단했다. PF발 위기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의견은 없어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나, 그때와 비슷하단 의견이 절반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가 체감하는 PF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시장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사업 위축, 수익 감소 등으로 상반기 실적이 거의 반토막 났다. 부동산 PF 여진이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메리츠·삼성·대신·IBK·KB·유진·아이엠(IM) 등 국내 주요증권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