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에 고뇌하는 한은…10월이냐 11월이냐

김동운 2024. 8.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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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미 연준 의장 “통화정책 조정 시기가 도래했다” 언급
전문가들 10월·11월 의견 갈려…한은은 ‘신중론’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은행이 긴축정책을 끝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따라서 인하하기에는 부동산 시장 등 난관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물가가 2%를 향해 지속적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며 “통화정책 조정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폭과 속도 여부는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빅컷(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것)’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정책 전환) 방향은 명확하며,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는 나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초 발표되는 8월 고용시장 보고서가 예상보다 좋지 않으면 금리 인하 폭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은 오는 9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영국 등 주요국의 경우 이미 금리 인하에 돌입한 상황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 금리를 4.25%로 0.25%p 인하했고 9월 정책 회의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이달 초 금리를 5%로 0.25%p 낮췄다. 캐나다중앙은행(BOC)도 6월 금리를 4.75%로 0.25%p 인하한 뒤 지난달 4.5%로 0.25%p 추가 인하했다.

한국은행, 10월·11월 인하론 대세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22일 1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했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성이 있어 다음 금통위인 10월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여전히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 안정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 막지 않으면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했다”고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연일 상승세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 대비 3p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의 125 이후 최고치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채권 전문가들은 10월 인하론과 11월 인하론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11월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포워드 가이던스 인하 의견이 4명으로 늘었지만, 결국 만장일치 동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8월 이후 은행의 대출금리가 다시 인상되고 있고, 9월부터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지만, 그 정부 정책의 파급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연내 1회 인하를 전망하며, 11월에 더 무게를 둔다”고 전망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는 민간의 주택 매수심리를 자극할 소지가 있기에 금통위는 신중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판단되고, 정부가 내놓고 있는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통화정책 측면에서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며 “인하 시점은 10월보다 11월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10월 인하론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3개월 내 3.25%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위원이 2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며 “금융안정 부문에 있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의 대응과 스트레스 DSR 도입 등의 영향을 점검한 이후 내수 부진 심화를 제약시키기 위해서는 10월 금리 인하 단행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9~10월 가계대출이 4월 이후 월평균 5조5000억원 증가폭을 하회할 경우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충분히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신중론…주택가격 안정 의견도

한국은행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미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는 전혀 없다. 환율도 고려대상은 아니다”라며 깜짝 발언을 했다.

그는 “물가나 경제 전반을 보면 인하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찾느냐 여부는 가계 가처분소득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하는 것이 한은의 우선적인 책무라는 것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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