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경계드론… 도입 후 성능개량해야[양낙규의 Defence Club]
보안취약한 CCTV에 정찰 무인항공기 서둘러야
최근 북한 주민들의 귀순이 이어지면서 일반전초(GOP), 해안 등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방부대에 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의 일환으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를 설치했지만, 해안정찰용 무인항공기(드론) 등 추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정권 들어 탈북민은 1만 985명에 달한다. 지난해만 196명이다. 지난 20일에는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에서 북한군 1명이 귀순했다. 서해 강화 교동도로 귀순해 온 지 12일 만이다. 전방에는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고 있어 탈북민은 더 늘 것이란 관측이다.
군도 탈북민이 늘어나면서 군은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과학화 경계 사업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 일반전초(GOP)에 CCTV를 설치했다. 하지만 경계 태세의 허점은 여전했다. 목선 귀순, 오리발 귀순, 철책 월북 등이 이어졌다. 군은 차선책으로 해안정찰용 무인항공기(드론)를 제시했다. 방위사업청은 신속시범사업의 첫 삽으로 2020년 430억원을 투입해 해안정찰용 무인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속시범사업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신기술을 적용해 시제품을 2년 안에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안경계 무인기, 신속획득사업 취지 맞게 서둘러야
하지만 사업이 늦어지면서 신속획득사업 취지에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따른 한국형 무기 획득 프레임워크 정립 방안’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라 무기 획득 속도가 핵심 요소로 등장했고 무기 획득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2023년 무기 대량복제정책(MRI)을 발표하면서 소형 드론을 2년 이내에 개발하기로 하는 등 무기 획득에 있어 속도와 충분한 생산능력이 핵심 요소로 손꼽았다. 산업연구원은 국내기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기체계를 신속히 도입한 이후 양산체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속 소요 사업은 최소 물량만 생산할 수 있고, 후속 양산에 대한 보장이 없어 기업들의 사업 참여조차 망설인다는 것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AI 획득, 서비스 획득, 민간 첨단기술기업 전용 신속 획득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다 속도감 있는 ‘한국형 무기 획득 프레임워크’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인기 부품 국산화 10%… 중국산 부품 사용 불가피
업계는 일각에서 논란이 되는 중국산 부품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제작되는 드론 부품 국산화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 세계 드론 시장을 중국 업체가 장악, 국내 판매되는 드론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국내 드론 기업 대부분 기술 투자가 어려운 영세업체로 가격·기술경쟁력에 앞선 중국 업체 등에 시장점유율이 뒤처진 상황에서 국내 드론 산업 육성을 하기 위해서는 선 도입 후 성능개량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초창기 토마호크 미사일의 명중률은 미비했다. 70%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성능개량을 통해 명중률을 높였다. 토마호크 미사일이 1991년 걸프전에 이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전에서 800발이 넘게 발사됐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성능이 입증되자 미 해군은 적 함정 등 이동하는 해상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해 격파할 수 있는 대함(對艦)용 신형 토마호크 미사일(Maritime Strike TomahawkㆍMST) 개발에 속도를 높였다. 현재는 위성항법체계(GPS)로 유도되는 아음속(시속 890㎞)의 미사일은 주로 잠수함과 구축함 등 함정을 통해 발사되며 30m의 고도를 유지한 채 최대 2500㎞ 밖의 표적도 자를 잰 듯이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튀르키예군은 무인기를 초도 비행 후 3~4개월 안에 전력화를 하고 성능개량을 하고 있다”면서 “해안 경계에 필요한 무기체계의 경우 시급성을 따져 선 도입 후 성능개량을 통해 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능개량 통해 품질향상·방산 수출 기대
성능 개량된 무인기는 K-방산 수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 드론 산업 규모는 2021년 약 32조원에서 2032년 146조원까지 성장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2021년 8406억원에서 2032년 3조 9000억원 시장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성장산업으로 분류해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무인기에 중국산 부품이 사용되더라도 보안시스템만큼은 문제없다고 강조한다. 과거 육군 해·강안 과학화 경계시스템용 CCTV에 중국산이 사용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설정된 IP 주소가 중국 베이징으로 드러났다. CCTV들의 IP주소들이 과거 악성 코드를 유포한 이력이 있다.
보안 CCTV보다 무인기가 안전
반면, 해안정찰용 드론 사업대상자의 경우 2년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해 자체 설계와 기체 개발을 하고 장기간 자체시험을 거쳤다. 심사과정에서 운용반경, 운용고도, 운용 시간 및 동시통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행 성능, 통제성능, 전자보호 기능, 암호화, 자동 소거 등 군이 요구한 필수 성능을 충족했다. 여기에 지상통제장비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SW)를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핵심부품인 데이터링크는 국내업체와 협업해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군 전용 주파수와 국산 암호모듈을 사용한 정보 유출 방지 요구기능도 추가됐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무인기의 도입은 시급한 현안”이라며 “중국산 설계, 부품 사용 의혹으로 사업을 지연시키지 말고 신속획득사업 취지에 맞게 신속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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