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6조 수소발전 시장 열린다...탄소 없는 청정수소 10월 입찰
올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 대규모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이 열린다. 탄소 저감을 위해 청정 에너지 확보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한국 대기업들이 관련 시장 구축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총 78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수소발전 입찰 시장이 생긴다. 일반수소 발전 시장은 1300Gwh, 청정수소 발전 시장은 6500Gwh 규모다. 4인 가구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이 약 350킬로와트시(kWh)인 점을 고려하면 740만명, 대한민국 인구의 약15%가 1년간 쓸 수 있는 규모의 수소 전기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천연가스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그레이수소’를 전기 생산에 활용하는 일반수소 발전 입찰 시장은 다음 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고, 올해 처음 열리는 청정수소 발전 시장은 10월부터 입찰 등록을 시작한다. 청정수소는 태양광·풍력 발전 등에서 나온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탄소를 포집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어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재홍 한국수소연합 회장은 지난달 2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수소경제포럼 창립총회’에서 “올해는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을 통해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례가 없어 정확한 시장 규모 측정이 쉽지 않지만 가스값 기준으로 일반수소는 kWh당 240원, 청정수소는 그보다 2~3배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각 연 6조원, 50조원 이상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화되는 수소발전 구매
정부는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고, 2022년에는 법을 개정해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CHPS)를 마련했다. 한전과 구역전기사업자가 수소 발전 전력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발전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수소 발전이 태양광·풍력 등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 대상에 묶여 있었는데, CHPS를 계기로 수소 발전은 별도의 입찰 시장이 생겼다.
국내 기업들은 10월 시작될 청정수소 발전 입찰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 E&S다. 회사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확보한 ‘저탄소 LNG’를 국내로 들여와 탄소 포집 기술을 통해 2026년부터 연 25만톤 규모의 블루 수소를 만들 계획이다. 두산퓨얼셀 역시 입찰을 검토 중이다.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에 수소를 직접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100% 수소 연료로만 작동하는 수소터빈 가동에 성공한 한화임팩트와 발전용 청정수소를 사업 목적에 추가한 롯데케미칼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수소 발전은 청정수소 시장이 크기 전 과도기 단계의 시장으로, 지난해 상·하반기 2번 입찰을 진행했다. 사업자들은 내년부터 각자 낙찰받은 물량 범위에서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약 20년간 전력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사업자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듀산퓨얼셀과 미국 수소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가 SK에코플랜트와 합작한 블룸SK퓨얼셀이 시장을 양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올해 입찰은 전력거래소의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무효화됐다가 재공고됐다.
송락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일반수소 발전은 시장은 향후 청정수소 발전 시장을 키우기 위한 시장”이라며 “국내 수소발전 산업 육성이란 정책 목표에 부합하도록 입찰자를 선정해 청정 수소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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