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인사법'이 한동훈 1호 민생법안…이준석 없이 이대남 잡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군심(軍心) 공략에 매진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도 군 관련 메시지로 시작했다. 전날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자신이 순직·추서자 예우 강화 방안을 담은 군인사법 개정을 정부 측에 제안한 것을 거론하며 “구체적으로는 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제도 시행 이전에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한 나라가 누구를 배출했느냐 못잖게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느냐가 그 나라의 품격과 수준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분들을 명예롭게 기억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군인 등 순직 공무원들이 사후 진급 추서(追敍)된 계급에 맞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군인사법 개정안을 자신의 ‘1호 민생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은 사후 진급 추서가 이뤄져도 생전 계급에 맞춘 연금을 지급한다.
한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를 위해 헌신한 분이 중사였다가 사후 상사로 추서됐는데 이름만 상사고 연금은 중사로 주면 약 올리는 것”이라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한 대표는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희생된 고(故) 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씨와 면담 뒤 이런 결심을 굳혔다. 한 상사 유족은 생전 중사 계급에 맞춘 연금을 받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국민의힘 제안대로 개정 이전의 순직자에게도 소급 적용되면 한 상사뿐 아니라 ‘순직해병 특검법’의 채 모 상병도 해당자가 될 수 있다. 채 상병은 생전 계급은 일병이었지만 순직 후 상병으로 추서됐다.
한 대표는 전날 고위 당정에서 10월 1일 국군의날을 정식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방안도 직접 제안하며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국군의 사기 진작, 국방 중요성 등을 위해 국군의날 공휴일 재지정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국군의날은 195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지만 1990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미 제외된 공휴일인 국군의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기 위해선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한 대표가 6월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3자 추천 방식의 순직해병 특검법을 제안한 데 이어, 취임 후 제안한 두 가지 법 개정안이 모두 군 문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우연의 일치라기보단 큰 그림 안에 놓인 포석으로 보인다”(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반응이 나온다,
먼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게 뺏긴 ‘이대남’(20대 남성) 복원 시도란 해석이다. 여권에선 한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을 확보하려면 넘어야 할 인물로 이준석 의원을 지목하는 이들이 적잖다. 2022년 대선 당시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로 ‘이대남’ 지지를 책임졌다. 이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결과 당시 방송 3사 출구 조사에서 29세 이하 남성 유권자들의 개혁신당 지지율은 16.7%에 달했고, 30대 남성에게도 9.5% 지지를 받았다.
이강윤 평론가는 “한 대표가 거듭 강조하는 군 문제의 당사자는 2030 남성들”이라면서 “차기 대선을 생각하는 한 대표 입장에선 보수연합(한동훈+이준석)을 결성할 것이 아니라면 ‘이대남’이란 공간을 되찾아오는 것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를 잘 아는 인사도 “한 대표는 이준석 의원이 이대남의 민심을 대표한다고 결코 생각지 않는다”면서 “이준석과 손잡지 않고서 2030 남성들에 얼마든지 소구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통 보수층 구애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안보는 보수 지지층이 가장 중시하는 대목”이라면서 “한 대표의 진영 내 약점은 친윤계가 씌운 좌파 이미지인 만큼 이를 타파하기 위해 보훈 이슈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정쟁 속에 그저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순직 군인에 대한 예우 개선을 정책적으로 접근하며 민생을 돌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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