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톨릭대 453구, 차의과대 7구…'해부 실습용 시신'도 양극화
전국의 의과대학이 보유한 해부 실습용 시신(카데바)이 학교별로 최대 65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의대 증원 이후에는 카데바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톨릭대는 453구, 차의과대학은 7구…격차 65배
국내 의대들은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신을 100% 기증받아 의대생 실습용으로 확보한다.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중 연세대·연세대 미래캠퍼스는 수치 공개를 거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권 의대가 보유한 카데바가 지방대보다 월등히 많았다. 올해 서울 7개 의대가 보유한 시신은 717구(평균 102.4구)로 전체의 38.3%를 차지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26개 의대가 확보한 시신은 958구(평균 36.8구)였다.
실습 시신이 가장 많은 곳은 453구를 보유한 가톨릭대였다. 가톨릭대는 2021학년도 525구, 2022학년도 554구, 2023학년도 551구 등 최근 3년간 500구가 넘는 카데바를 보유해왔다. 이어 전남대(117구), 고려대(97구), 충남대(74구) 순이었다. 가톨릭대 관계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하고 떠나는 등 종교적인 이유로 시신을 기증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신이 가장 적었던 곳은 7구를 보유한 차의과대학으로 가톨릭대와 64.5배가량 차이가 났다. 을지대(11구), 가톨릭관동대(15구), 인하대(16구) 등도 확보한 카데바가 적었다.
카데바 1구당 실습 인원도 학교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차의과대학은 지난해 기준 카데바 1구당 실습 인원이 20명으로 4명인 아주대, 5명인 성균관대·한양대보다 4~5배 많았다. 지난해 시신 1구당 실습 학생 수는 평균 7.8명이었다. 차의과대학 관계자는 “1구를 동시에 20명이 실습에 활용하는 게 아니라 조를 짜서 한꺼번에 인원이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1구당 실습 인원은 보유한 카데바가 아닌 실제 수업에 활용한 실습용 시신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수업 활용 카데바는 2021학년도 평균 12.4구, 2022학년도 11.9구, 2023학년도 12.1구 등으로 전체 카데바 수보다 적었다. 올해는 사실상 수업이 파행되면서 활용한 카데바가 몇 구인지는 집계되지 않았다.
“무분별한 증원, 수업 질 하락으로”
의료계는 카데바 부족으로 대표되는 의학 교육 환경의 열악함을 지적하며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국립의대 9곳은 의대 증원에 따른 정부 수요 조사에서 “2030년까지 카데바 1286구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증원 이후에는 카데바 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설, 건물 등은 정부나 학교법인 예산을 지원받아 증설할 수 있지만, 카데바는 기증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인식 등의 범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나서서 카데바를 각 의대에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역의 한 의대 학장은 “자신의 몸을 유지와 다른 기관에 공유한다고 하면 기증 의사가 확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진선미 의원은 “카데바 기증 등 단번에 바꿀 수 없는 교육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원을 배분한 것은 의학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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