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지금 꼭 해야 할까
초고령 사회의 젊은 노인을 괴롭히는 최악의 복병은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다. 재생이 어려운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관절 사이가 붙어 뼈끼리 부딪치는 만성 통증에 시달리게 돼 걷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곳이 아무리 건강해도 무릎이 망가지면 삶의 질이 흔들린다.
무릎 통증에 시달리는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고민할 것이다. 비용 부담에 뼈를 잘라 내는 통증, 관절 안에 금속이 들어간다는 찝찝함과 수술 후 고통을 호소하는 후일담 등 때문이다. 만 65세이면서 관절염 4기에 해당하면 일반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관절이 닳아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건 10년 이상 탄 자동차 엔진이 오래됐으니 폐차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엔진이 마모되면 기름칠을 해주고 엔진오일을 자주 갈아주면서 자동차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만 65세이고 관절염 4기라고 해서 무조건 인공관절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연골이 거의 닳은 상태이고 통증이 지속한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음 세 가지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시기를 늦춰도 괜찮다.
첫째는 약물·물리치료 같은 보존 치료를 최소 3개월 이상 받지 않은 경우다.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염 치료의 마지막 종착역이다. 현대 의학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늦출 수 있는 보존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 3개월 이상 꾸준히 보존 치료를 받아보고 효과가 없거나 통증이 심할 경우 수술을 고려해도 된다.
둘째 무릎에 통증이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다. 인공관절 수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통증이다. 통증이 있어도 하루에 3000~4000보 걸을 수 있거나 관절 주위의 근육으로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이 자연스러운 경우, 잘 때 무리가 없는 경우라면 수술을 미룰 만하다.
셋째 눈으로 볼 때 무릎이 11자 형으로 반듯한 경우라면 수술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무릎에 변형이 생기지 않았다는 건 골의 질이 좋거나 아직 지지할 만한 근육이 주변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할 정도가 되면 보통 O자나 X자로 관절이 휘어진다.
이 세 가지 경우는 정확한 수술 시기를 알려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3개월 이상 보존 치료를 받았음에도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고 관절에 변형이 생겼다면 수술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엑스레이(X-RAY)와 MRI를 찍고 마음을 정해야 한다.
만약 계속 수술을 미루면 어떻게 될까. 퇴행으로의 변형이 가속화된다. O자나 X자로 관절 변형이 더 심해지며 골극(뼈가시)이 자라나 통증이 더 커진다. 통증으로 못 움직이는 상황이 지속하면 관절도 뻣뻣하게 굳는다. 이러면 수술 후에도 잔여 통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관절 가동 범위가 원만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수술을 결정했어도 한 번 더 신중해야 한다. 100세 시대의 인공관절 수술은 65세 이후 30년 이상 지속할 여생을 얼마나 편안하게 살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수술이다. 인공관절 재료가 신뢰할 만한지, 전문의가 그 재료의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정확한 수술법을 행하는지를 수술 전 꼼꼼하게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인공관절 재료는 영국에서 개발됐고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유럽과 미국에서 인정받은 인공관절이라면 수명이 오래가고 관절의 운동 각도도 130도 이상 가능하다.
인공관절 재료의 중요성 못지않게 중요한 건 의사의 숙련도다. 숙련도를 확인할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용하려는 인공관절 개발자의 수술법을 정확히 수행할 수 있는가”다. 다른 하나는 “상처 부위 절개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요소가 인공관절 수술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인공관절 수술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란 말을 들으면 대부분 환자가 사형 선고를 받은 듯 절망감에 빠진다. 현대 의술과 과학은 세간의 인식보다 빠르게 발전하기에 전혀 절망할 필요가 없다. 위의 내용을 인지하고 지혜롭게 결정한다면 왕성한 젊은 노년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이창우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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