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량 늘고 한우 가격 급락… 당정, 수급 조절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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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지난 25일 내놓은 추석 민생 안정 대책에 담긴 쌀과 한우에 대한 '수급 안정' 방안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선 "이게 추석 민생 대책이 맞느냐"는 말이 나왔다.
추석 차례상에 오를 과일·야채 등의 소비자가격 인하보다 '쌀 수매'나 '한우 사료 가격 인하' 등 농가 지원책이 더 많이 담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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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도매가격도 26.6% 떨어져
공급과잉 단기간 해소 어려울 듯
정부, 중장기 수급책 조만간 발표
정부·여당이 지난 25일 내놓은 추석 민생 안정 대책에 담긴 쌀과 한우에 대한 ‘수급 안정’ 방안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선 “이게 추석 민생 대책이 맞느냐”는 말이 나왔다. 추석 차례상에 오를 과일·야채 등의 소비자가격 인하보다 ‘쌀 수매’나 ‘한우 사료 가격 인하’ 등 농가 지원책이 더 많이 담겼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처음 들었을 때 민생 대책인지, 농가 지원책인지 헷갈렸을 정도”라고 했다.
정부는 추석을 쌀과 한우 가격 정상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수년간 누적된 가격 하락으로 농가 피해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고, 추석을 통해 만성적 재고를 적절하게 덜어내지 못한다면 향후 가격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성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6일 “쌀과 한우는 지금 너무 비싸서 국민들이 못 먹는 상황이 아니다”며 “수요 감소로 농가들이 무너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도 수급 지원책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쌀과 한우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팔수록 적자만 불어나는 구조가 된 지 오래다. 3년 전 20㎏당 5만4943원이던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4만4435원으로 23.6% 급락했다. 정부가 약속했던 ‘한 가마(80㎏)당 20만원’의 가격 마지노선이 무너지며 지난해에만 쌀 유통을 하는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네 곳이 도산했다.
한우도 사육 두수 증가와 수입 확대, 육류 소비 감소 현상이 겹치며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지난달 한우 도매가격은 ㎏당 1만7185원(거세우 기준)으로 3년 전(2만3397원)보다 26.6% 떨어졌다. 통계청이 매년 조사하는 ‘축산물 생산비’ 통계에서 한우 농가의 마리당(비육우) 소득(총수입-일반비)은 2021년 142만5000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9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한우 농가들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2년 만에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쌀과 한우의 공급 과잉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쌀은 추석을 계기로 햅쌀과 묵은 쌀이 교체 시기를 맞는데, 올해도 역대급 풍년이 예고됐다. 정부가 지난해 쌀을 매입해 사료용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한우 역시 2분기 기준 340만 마리 안팎의 사육 두수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려면 3년가량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일이나 채소처럼 한 해에도 여러 번 수확해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닌 만큼 중장기적 수급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쌀과 한우는 모두 식량 자급 및 안보와 직결된 품목들”이라며 “수급 조절이나 소비 촉진 같은 단기적 처방보다 농가 생산 및 수요 구조를 정부가 더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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