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파월 ‘통화정책 전환’ 선언… 글로벌시장 변동성 확대 전망

2024. 8. 27. 0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 금리 올리고 美 인하 예상되자
이달 초 세계 주식시장 동시 급락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주원인

변동성 클 땐 안정적 투자 바람직
예금 가입하거나 국채 투자 유망

지난 5일 코스피가 8.8%, 일본 닛케이가 12.4%나 떨어지는 등 세계 주식시장에 사달이 났다. 경기가 침체하는데 주식시장이 온전할 리 없다는 불안감인 듯하다. 그래서 이번 일이 경기 저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미적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대한 압력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실 연준의 금리정책 전환은 오래전부터 예견됐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정확한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더 큰 폭으로 금리가 인하되길 고대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말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경제석학들의 모임(Jackson Hole Meeting)에서 기다리던 소식이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제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통화정책의 전환(Pivot)을 선언한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될 터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로 접어들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면 시장이 급등락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이 너무도 많다. 당장 지난 8월 초 주식시장 급락 사태만 해도 그렇다.
주식 급락 원인은 미·일 금리 격차 축소

오리무중이었던 8월 초 세계 주식시장 급락의 원인이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좁혀지고 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대출받아 미국처럼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기법인데, 앉은 자리에서 금리 차이를 챙길 수 있으니 손쉽게 돈 버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추정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일본의 은행에서 직접 빌린 엔캐리 자금은 약 370조원인데, 이 자금과 연계된 파생금융상품까지 모두 합하면 50배도 넘는 2경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자금들이 이번에 상황이 바뀌면서 세계 증시 급락이라는 파장을 몰고 왔다.

이는 지난 7월 31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0~0.1%)보다 0.25% 포인트 인상한 데서 시작됐다. 소비자물가가 27개월 연속 2%를 넘기고, 환율도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는 등 경제 불안이 심화하자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8월 2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통계가 끓는 물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7월 미국 실업률이 3년래 최고치인 4.3%를 기록했다. 이는 고용을 중시하는 연준을 자극해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을 강화시켰다. 이렇게 일본은 금리를 올렸고, 미국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흐름에 차질이 발생했다. 급기야 엔캐리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된 주식을 매각한 것이 주가를 끌어내렸고, 이는 또 다른 시장의 주가 하락으로 연결돼 전 세계 증권시장이 무너진 것이다.


금리정책 전환,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지난 주말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앞으로 미·일 간 금리 격차는 더욱 축소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각국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 때문에 금리를 조정하지 못했다. 자금 흐름에 격변이 생길까 우려해 금리정책을 봉인시켰던 것인데, 이제 이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될 것이다. 엔캐리트레이드 외에도 국가 간 금리 격차를 이용한 자금 운용이 많을 것이기에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단하기 힘들게 됐다. 한마디로 시장 변동성 확대를 각오해야만 하는 국면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주요국의 정책 당국은 기대보다는 느리게,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인들이야 마구 주문할 테지만 경제를 책임지는 중앙은행은 그럴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그렇다. 일본은행은 과거 35년 동안 기준금리가 0.5%를 넘은 적이 없었다. 국가부채 규모가 너무 커서 금리를 크게 올렸다가는 나라가 거덜 날 판이기에 가급적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 까닭으로 이번에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급락하자마자 일본은행 부총재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고 하겠다.

또한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미국의 통화정책 변경 속도도 여러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진행될 공산이 크다. 물가가 완전히 안정권으로 접어든 것도 아닌 데다 미 대선 과정에서 보이는 포퓰리즘적 행태가 자못 심각한 물가불안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연준은 언제라도 금리를 다시 인상해도 이상하지 않은 영역에서 인하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최근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살얼음판인데 여기에 금리 인하까지 가세한다면 물가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금리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내려간다 싶으면 어김없이 환율 경로가 작동할 것이다. 금리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은 또 다른 물가불안 요소이고 내수침체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행은 여러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금리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을 피하는 투자자세 필요

각국 중앙은행이 조심스럽게 정책을 운용한다 해도 정책 전환이 시작된 이상 불확실성이 퍼져나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군다나 지정학적 갈등이 위태로운 상황이기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인 투자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어쨌든 금리가 내려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예금은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여유가 된다면 채권, 특히 국채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국채는 주식이나 회사채와 달리 부도가 나지 않는 데다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수익도 쏠쏠하게 챙길 수 있다. 무엇보다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민감하게 대응해 예기치 않은 손실이나 좋은 기회를 놓치는 낭패를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안한 투자가 최고다.

안희욱 LUX경제그룹대표·경제학박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