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뒤바뀐 한·미 금리 인하 순서

2024. 8. 27. 00: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보다 물가 안정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고 부진한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입장이지만 또다시 부동산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목표의 하나인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면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물가 전쟁에 마침내 승리하고 경제 안정, 즉 고용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전환을 시사한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물가 및 고용 안정이다. 이번 파월 의장의 연설은 물가 안정보다는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춰 금리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신호탄이다.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를 넘어 고용시장 냉각 시그널로 인해 빅컷(0.5% 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열어 두기 시작했다.

미 연준의 금리정책 전환은 연쇄적으로 주요국 금리 인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및 영란은행(BOE)도 9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역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정책 여력이 확대됐다. 글로벌 경제가 긴축 사이클에 벗어나 금리 인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미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에도 한국이 금리 인하 국면에 진입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보면 국내 금리 인하 시점은 일러야 10월이 될 전망이다. 미국보다 물가 안정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고 부진한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입장이지만 또다시 부동산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6월 대비 7조5975억원 증가했다. 2016년 1월 이후 월간 최대 기록이다. 8월에는 7월 증가폭마저도 상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년 전 코로나19 당시 제로금리(0%) 시절보다 주택대출 증가 규모가 큰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완화 및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조기에 대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어차피 금리 인하라는 기대감 속에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 및 영끌 투자 열기가 되살아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물론 부동산 가격을 꼭 부정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만 상승하는 부동산 시장 차별화 현상 심화 그리고 주택대출 급등 현상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을 훼손시킬 여지가 크다.

앞서 미 연준은 통화정책 양대 목표 중 하나인 고용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미국 경기를 연착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목표의 하나인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면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제어되지 못하거나 주택담보대출 급증세가 지속된다면 10월 금리 인하도 지연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수출경기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경기는 오히려 악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금리 인하마저 지연된다면 내수경기 냉각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한은은 8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GDP성장률을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양호한 성장률 수준이지만 내수경기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향후 성장률이 추가 하향 조정될 것이다. 금리 인하 지연은 단순히 성장률의 문제가 아니다. 한은 총재도 강조한 금융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부동산 투기심리 및 가계대출 증가라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병이 되살아난다면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한국경제가 외톨이가 될 위험성은 높아질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