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배전망 ‘님비’로 전력난까지 우려…전력망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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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료 출신이 시장인 하남시까지 변전소 증설 불허
총리가 위원장 맡아 중앙정부가 주민·지자체 설득해야
이현재 하남시장은 상공자원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전기를 다루는 전력심의관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보직을 맡았고 차관급인 중소기업청장까지 지냈다. 보수 정당에서 재선 의원을 하면서 정책위의장까지 했으니 산업자원부의 주요 정책은 깊이 들여다봤을 것이다. 그런 이 시장이 이끄는 하남시가 지난주 한국전력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을 불허했다.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선 꼭 필요한 전력 인프라였다. 한전은 “안전성을 이미 검증했고, 법적 요건을 갖췄다”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2026년 6월 준공 목표였던 전력망 구축에 차질이 생기면 600조원이 투자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해 수도권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 한전은 공사 지연 손실이 연간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했다.
하남시는 변전소가 대규모 거주 단지인 감일신도시 및 다수의 교육시설과 접해 있는 데다 주민 반발이 크다는 점을 들어 공사에 반대했다. 하남시가 주민 건강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혐오시설을 일단 거부하는 전형적인 ‘님비(NIMBY)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동서울변전소 인근에서 측정한 전자파가 일반 편의점 냉장고에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송배전망 부족으로 원활한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원과 영호남에서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기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되면 수도권에선 전력난이 생길 수 있다. 2008년 밀양 송전탑 사건 이후 송배전망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사는 지연되고 건설비용은 불어났다. 충남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무려 12년6개월이나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
송배전망 건설을 위한 주민 설득과 다양한 민원 해결을 한전에만 맡겨둘 수 없게 됐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내놓고 주민과 지자체를 설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특별법은 송배전망 건설을 위한 지자체·국토교통부·환경부 등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전력망 확충위원회로 일원화해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송배전망이 전력 품질뿐 아니라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전력망법은 송배전망을 더 빨리, 더 많이 짓게 해준다. 지난 21대 국회 막판에 불발된 전력망법 처리를 이번 국회가 합의해 민생 입법의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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