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해리스의 필승 전략은 시간 보내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부통령을 지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사퇴 전까지 존재감이 거의 없던 인물이다. 지난주 전당대회 연설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전당대회가 열린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셸 오바마, 빌 클린턴 등 ‘연설의 신(神)’급 인사의 연설이 이어졌다. 무명에 가깝던 팀 월즈 부통령 후보 지명자의 15분짜리 미식축구 ‘작전지시’ 방식의 연설도 스타 탄생을 알린 계기로 평가됐다.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마지막 무대에 오른 해리스는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느껴진 환호는 그리 길지 않았다. 해리스는 38분의 연설 중 초반 13분을 어머니와 자신의 유년시절을 설명했다. 숨 쉴 틈 없는 환호가 나왔던 이전 연사들 때와는 달리 어색한 고요함이 반복됐다. 그리고 나머지 25분간 트럼프를 15번 언급했다.
단순화하면 집권 여당이 선거를 70여일을 남기고 당원들에게 대선 후보를 처음 소개했고, 소개를 받은 후보는 자신의 미래 비전 대신 상대방에게 반대한다는 비전을 천명했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정치사를 연구해온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해리스는 과거 성장기가 아니라 미래 리더십을 보였어야 했다”며 “왜 최고사령관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이다. 상원의원 4년 만에 부통령으로 발탁돼 정치경력이 짧다. 부통령 때는 외교, 안보, 경제 분야에서의 경험 부족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갤럽이 최근 발표한 그의 호감도는 47%까지 올랐다.
이는 정치인 해리스에 대한 평가와는 다르다. 지난해 6월 NBC방송의 조사에서 ‘부통령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는 32%로, 스스로 ‘돌아가선 안 될 과거’로 규정한 트럼프의 호감도 41%보다 낮았다.
전당대회 현장에서 만난 민주당의 한 대의원은 “해리스가 스스로 증명해야 할 과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간은 해리스의 편”이라고 했다. “TV토론 직후인 10월 초면 이미 사전투표 국면이라 실수나 잘못이 나와도 투표에 반영될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의 말은 현실적이다. 트럼프가 연일 “해리스는 언론 인터뷰도 안 한다”며 빠른 검증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미국 정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에선 경험해본 트럼프의 ‘2기’ 또는 검증되지 않은 ‘해리스 1기’ 중 어떤 결론이 날지 끝까지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할 처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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