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마켓 나우] 기업성과 좌우할 거시경제 트렌드 3가지

2024. 8. 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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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경력 직원 선발을 위해 20대 중후반의 후보자들을 인터뷰할 때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개인적으로 투자를 해봤는가’, ‘어떤 투자에서 가장 큰 이익 또는 손해를 봤는가’, ‘이익이나 손해를 본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등이다. 빼먹지 않는 또 다른 질문은 ‘향후 국내 기업들의 성과를 좌우할 거시경제 트렌드 중에 가장 중요한 것 3가지가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인터뷰 시점의 경제 상황과 후보자 성향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주 인터뷰한 두 후보자가 똑같은 답을 내놓아서 매우 놀랐다. 인공지능(AI)의 확산, 고령화 그리고 이른바 K웨이브를 지목했던 것. 소득·소비의 양극화, 인플레이션 지속, 금리 인하, 1인 가구의 확대, 전기차 시장 정체, 미·중 갈등 격화, 국지적 전쟁의 확산 등 다른 강력한 답변 후보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들이 설명한 선정 이유도 비슷했다.

AI의 경우,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은 분명 아니다. 다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산업 자체의 경쟁 방식이 바뀜에 따라 AI 기술을 선제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도입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도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AI의 위력이 어떤 산업에서 어떻게 발휘될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사전적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고령화는 내수 소비 시장에 이미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앞으로도 기업들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트렌드다.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맞물려, 일본 다음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우리가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생·1인 가구 증가와도 연계돼 있다는 측면에서, 소비재·유통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과 유통망을 어떻게 재구성할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K웨이브의 경우, 최근 K뷰티와 K푸드가 보여주듯이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른바 인디 브랜드들이 미국 등의 선진국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구가하며 대기업들까지 자극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전반을 끌어올리는 결과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런 흐름을 타지 못하고 내수 시장에 안주하는 일부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 세 가지 말고도 예측하지 못한 강력한 트렌드가 어느 날 갑자기 새로 등장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민감하게 거시경제 트렌드를 감지하는 일은 기업 경영자뿐만 아니라, 개인이건 기관이건 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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