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텔레그램과 자유지상주의
강력한 보안 기능으로 유명한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지난 주말 프랑스에서 체포되면서 이 서비스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 두로프를 체포한 프랑스 사법 당국은 이 플랫폼에서 돈 세탁과 마약 밀매, 아동 음란물 공유가 일어나는데도 이를 규제할 관리자를 두지 않는 등 범죄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내세웠다.
텔레그램은 한국에서도 ‘N번방 사건’ 등으로 악명이 높지만, 철저한 보안 때문에 조직의 내부고발자, 정부의 감시를 피해야 하는 운동가들에게도 유용하고, 우크라이나처럼 분쟁 지역에서 정보를 주고 받을 때도 많이 이용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의 44%가 텔레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텔레그램에서 주고 받는 내용을 국가나 국제 사법기관이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은 이 서비스가 가진 강점인 동시에 취약점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텔레그램을 보는 시각은 문화마다 다르다. 가령 유럽 국가들 중에는 프랑스처럼 혐오발언을 처벌하는 나라들이 많은 반면,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발언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 안에서 오고 가는 내용을 국가가 살펴 볼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몇 년 전 테러범의 아이폰 속 메시지를 보게 해달라는 FBI의 요구를 애플이 끝내 거절한 것은 고객과의 보안 보장 약속을 지키겠다는 기업의 결정이기도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 널리 퍼져있는 자유지상주의(리버태리어니즘)의 태도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이런 견해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벌어질 두로프의 재판은 유럽연합이 개인의 자유와 사회 안전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가치 중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지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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