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이저 우승…리디아 고의 찬란한 8월

성호준, 고봉준 2024. 8.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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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오른쪽)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남편 정준씨와 AIG 여자오픈 우승컵을 들고 있다. 리디아 고는 2주 전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골프 성지에서 다시 우승했다. [AP=연합뉴스]

“최근 3주 사이 일어난 일들에 대해 표현할 단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7)가 꿈같은 8월을 보내고 있다. 리디아 고는 2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281타를 작성해 5언더파 공동 2위 넬리 코다·신지애·릴리아 부·인뤄닝을 모두 제쳤다. LPGA 투어 통산 21승째이자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8년 만의 메이저 대회 제패다.

‘골프의 성지’에서 열린 대회라 이번 우승의 의미가 남다르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프가 처음 시작된 발상지라고 일컬어지는 장소다. 리디아 고는 보름 전 열린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을 확정했다. 이어 골프의 성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8월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 2022년 12월 결혼한 남편 정준 씨가 대회장을 찾아 리디아 고를 축하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42만5000달러(약 19억원)다.

최종라운드는 정상급 선수들의 우승 경쟁으로 펼쳐졌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코다가 먼저 앞서나갔다. 5개 홀을 남기고 2타차 선두였다. 그러나 점수를 줄일 수 있는 파5 14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기세가 꺾였고, 17번 홀(파4)에서도 1타를 잃었다. 이어 비교적 쉬운 마지막 홀에서마저 버디를 잡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14번 홀 두 번째 샷을 드라이버로 쳐 이날 3번째 버디를 잡아냈다. 그러나 이후 가시밭길이었다. 15번 홀(파4)에서 볼이 깊은 벙커로 빠지면서 한 타를 잃었다. 파4 16번 홀과 17번 홀에서도 위기였다. 그러나 점수를 잃지 않았고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경쟁자들을 압박했다. 추격자 부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지만 버디 퍼트를 놓쳤고 이후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짧은 파 퍼트도 넣지 못했다.

우승을 확정한 리디아 고는 “최근 몇 주는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친’ 느낌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려 더욱 특별하다”면서 “내가 16살이던 2013년 이곳에서 처음 경기했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의 나는 나이가 더 들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역사적인 장소에서 우승해 한 편의 동화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지애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출발해 우승을 노린 신지애는 이날 2타를 잃으며 고전했다. 전반은 이븐파로 마쳤지만, 후반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흔들렸다. 경기는 5위로 끝나는 듯했으나 마지막 홀 버디를 잡았고, 경쟁자 부가 3퍼트 보기를 하면서 공동 2위로 올라섰다. 2008년과 2012년 이 대회 챔피언인 신지애는 지난해 3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올해도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후반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공동 준우승으로 일정을 마쳤다. 상금은 59만4000달러(약 8억원)다.

한편 LPGA 투어 통산 7승을 거둔 김인경은 AIG 여자오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고별전 성적은 11오버파 81위다. 2017년 이 대회에서 정상을 밟기도 했던 그는 “재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아직 은퇴가 실감나지 않는다”면서 “최근 2년간 꾸준히 은퇴를 고민했고, 이곳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면 좋겠다고 생각해 AIG 여자오픈을 고별전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고봉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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