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에 ‘미사일 100개·드론 100대’ 퍼부어

강창욱 2024. 8. 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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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에너지 인프라 밤새 공습
전기·물 공급 끊기고 민간인 사망도
우크라 “러 본토 미사일 쏘게 해달라”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 중인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26일(현지시간) 미사일과 무인 항공기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개시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이들을 요격하면서 수도 키이우가 폭발로 뒤흔들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 100여기와 공격 드론 약 100대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폭격기 17대가 고출력 미사일을 발사하고 공격 드론 수십 대가 우크라이나 전역의 도시와 중요 인프라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공격은 자정쯤 시작돼 아침까지 계속됐다.

게르만 갈루첸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적은 다시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며 “에너지 부문이 조준선에 놓여있다”고 적었다.

FT는 이날 오전 9시쯤 우크라이나 수도 상공에서 방공망이 날아오는 공격물을 요격한 폭발이 두 차례 있었다고 보도했다.

세르히 포프코 키이우 군사행정청장은 주민들에게 공습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방공호에 머물러 있도록 당부했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주민들이 지하철역에 피신해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중요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정밀 유도 무기 공격을 개시했다고 인정했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는 전국에 정전이 잇따랐다. FT는 “국가 발전용량이 9GW 이상 끊겼다”며 “지난겨울 최대 에너지 소비량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키이우 일부 지역은 물 공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통신사 우니안은 이날 공격으로 키이우 수력 발전소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발전소 기계실이 타격당했다. 댐 위 고속도로 구간이 잔해로 뒤덮이고 곳곳이 불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당국은 최소 15개 지역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서부 도시 루츠크, 남동부 도시 드니프로에서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공급업체 DTEK는 자사와 모든 공급업체가 국가 송전 시스템 운영자로부터 전국에 비상 정전을 시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인구가 약 25만명인 지토미르 시는 공격 이후 지역 전력회사가 비상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며칠 동안 공습을 예상했다. 지난주 미국 대사관은 “8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주·야간을 불문하고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 공격 위험이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건물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FP연합뉴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의 공격은) 강력하게 비난받아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동맹국에 ‘러시아 영토 내 합법적 군사 목표’를 공격하기 위해 서방에서 제공한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 군대를 겨냥해 ‘스톰 섀도우’ ‘스칼프’ ‘아타쿰스’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영국 미국 프랑스에 요청해왔다. 서방은 이들 무기를 우크라이나 국경 안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쿨레바 장관은 서방 동맹국에 방공 능력을 사용해 영공 근처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할 것도 촉구했다. 폴란드는 이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승인권을 가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진격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지난 6일 시작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공세를 확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1200㎢가 넘는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고 젊은 징집병을 포함한 군인 수백 명을 포로로 잡았다. 양국은 지난주말 사이 각각 115명의 포로를 교환했다.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은 이날 새벽 러시아 남부에서 2개 건물을 공격했다. 인근 공군 기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 리아 통신은 4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밤사이 우크라이나 드론 20대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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