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7명 다 그만뒀다"…추석 코앞인데, 응급실은 집단사직 중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가 6개월을 넘어선 가운데 응급실 의료진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지난주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고 병원을 그만두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들은 교대 근무를 하며 24시간 응급실을 꾸려왔지만, 의료공백 장기화로 진료 부담이 커지자 집단 사직을 결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충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응급환자에 대한 1차 치료 이후에는 수술이나 입원 등의 배후 진료가 보장돼야 하는 데 이런 시스템이 병원 내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들이)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최근 의료갈등 여파로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기도 어려워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지자체장이 지정한 지역 응급의료센터다. 충주 지역에선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 2곳에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으면 지역 응급의료의 한 축이 사라지게 된다. 병원 측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전문의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나섰다. 보건소 관계자는 “전문의들이 모두 그만둔다면 응급실 운영이 중단될 우려가 있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병원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병원에 남은 의료진은 업무 과부하에 시달려왔고 최근 응급실을 중심으로 집단 사직이 잇따랐다. 지난 23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가운데 절반인 7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북대병원에선 이달 10일과 14일 일부 전문의들이 병가 등으로 빠지면서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달부터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강원 속초의료원도 지난달 일주일 동안 파행 운영됐다.
의료계에선 가뜩이나 과부하가 걸린 응급실에 추석 연휴 기간 환자가 몰리면 더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권역ㆍ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2만3000건꼴이었다. 특히 명절 당일(2만5000건)과 그다음 날(2만4000건)에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평상시 평일의 1.9배 수준이다. 통상 연휴 기간 응급실 환자가 급증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경증 환자로 의료 대란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는 “명절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 건 늘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라 명절을 기점으로 응급실을 떠나는 이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채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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