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국장은 왜 사망 전날 인사 담당 간부를 만났나

김시연 2024. 8. 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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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누락과 좌천 등 '보복성 인사' 의혹 수면 위로... '외압 핵심' 정승윤은 불출석

[김시연, 남소연 기자]

▲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7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의혹 신고사건 의결서'를 공개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고사건 관련 의결서 대외 공개는 국민권익위 설치 이래 처음이다.
ⓒ 이정민
지난 8일 숨진 김아무개(51)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전담 직무대리에 대한 '보복성 인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국장이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저녁 권익위 인사 담당 간부들을 만났다는 내부 제보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6일 권익위 등 현안 질의에 김 국장의 직속상관이자 외압 의혹 핵심 인물인 정승윤 부위원장을 소환해 진상 규명을 단단히 별렀지만, 정작 그는 이날 권익위 회의 주재를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 국장 사망 전날 인사 담당 간부들과 저녁 식사, 인사 발령 의혹은 부인

그동안 권익위 안팎에서는 김 국장 사망을 둘러싼 숱한 소문이 돌았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에 반대 의견을 갖고 있던 김 국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고충을 털어놨고, 직속상관이자 사무처장이던 정 부위원장과 갈등으로 김 국장을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게 대표적이다.(관련기사 :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김건희·이재명 사건 '실무자 패싱' 논란
https://omn.kr/29sys )

한 발 더 나아가 김 국장을 고위공무원(국장급) 승진에서 누락시키고 좌천성 인사를 내려 했다는 미확인 제보도 있었다. 고인이 사망 전날 인사 담당 간부들과 만났다는 사실도 이런 의혹을 부추겼다.

하지만 당사자인 정 부위원장이 권익위에 계속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사실 확인도 쉽지 않고, 자칫 고인의 명예에 생채기를 낼 수도 있는 문제여서 그동안 표면화되지는 않았다.

이 문제를 처음 꺼낸 이는 지난 13일 정 부위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처음 고발했던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었다. 신 의원은 26일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에서 "김 국장이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인 8월 7일 인사계장과 운영지원과장이 고인에게 좌천성 인사 이동을 예고하면서 강한 항의와 고성이 오갔다는 제보가 있다"며, 정 부위원장과 인사 담당 간부들을 정무위로 소환했다.(관련기사 : '김건희 명품백 조사' 권익위 국장에 '보복성 인사' 의혹 https://omn.kr/29xpr)

하지만 이날 정 부위원장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신 권익위 간부들만 증언대에 섰다.

운영지원과장 "고위공무원 승진 양보"... 김 국장 지인은 "이해 안 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신 의원이 이날 제기한 '보복성 인사' 의혹은 크게 2가지다. 지난 8월 5일 단행된 권익위 고위공무원단(나급) 인사에서 김 국장이 제외된 점, 그리고 사망 전날 좌천성 인사 통보를 받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간부는 김 국장 사망 전날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인사발령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며 좌천성 인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국장은 부이사관(3급) 8년차로 권익위 부이사관 가운데 연차가 가장 높았지만, 지난 5일 권익위 고위공무원단(고공단) 나급 승진 인사 명단에는 없었다. 승진한 두 사람 모두 김 국장보다 늦게 부이사관을 달았다. 비록 김 국장이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를 단 지는 5개월로 가장 짧았지만, 부패방지국은 '권익위 1국'으로 승진 1순위로 꼽힌다.

더구나 김 국장은 권익위 전신인 부패방지위원회 시절부터 20년 이상 부패방지 업무에 종사하면서 영국 유학도 다녀왔고 최근 반부패 정책 관련 논문으로 행정학 박사 학위도 받은 재원이다.

신 의원은 이날 오후 "고인만 승진에서 누락된 것은 좀 이례적인 사안 아닌가"라며 "본인이 불합리하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있지 않은가"라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권익위 인사 업무 책임자인 김아무개 운영지원과장은 "부이사관 승진 순서대로 고공단이 되지 않은 경우는 많이 있다"고 원론적으로만 답했다.

다만, 김 과장은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했을 때 김 국장 스스로 고공단 승진을 양보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이 6개월 전까지 운영지원과장으로 인사 업무를 맡아서 모양새도 좋지 않고 세 사람 가운데 직무대리도 가장 늦게 달았다고 해, 직무대리를 먼저 단 순서대로 고공단 승진 임용 신청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국장과 함께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전직 고위 간부는 이날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동기에 비해 국장 승진이 늦은 편인 김 국장이 그 정도 이유로 고공단 승진을 양보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김 과장의 설명에 의문을 표시했다.

신장식 "서울사무소 전보됐다면 부패방지 업무 배제 의미"

고공단 승진 누락에 비해 '좌천성 인사' 의혹은 아직 실체가 불분명하다. 신 의원은 이날 권익위가 김 국장을 권익위 서울사무소(합동민원센터) 과장급으로 발령하려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 국장은 부이사관(3급)이고, 합동민원센터장을 제외한 과장급은 주로 서기관(4급)이 맡고 있다.

신 의원이 "부패방지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고인이 서울사무소로 전보 발령을 만약 받았다면, 부패방지 업무로부터 자신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라고 묻자, 김 과장은 "서울상담센터 센터장으로 제의를 받았다면 그것은 국장급 승진이었을 것 같다, 나머지 자리에 대해서는 기존에 했던 업무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과장은 앞서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는 센터장은 물론 과장급 인사 계획도 없었다고 밝혔다.

인사 문제가 아니었다면, 김 국장은 왜 그날 저녁 인사 담당 간부들을 만났을까. 김 과장은 20일 <오마이뉴스>에 "그날(7일) 본인이 좀 쉬고 싶어서 휴직 상담을 하고 싶다고 전화가 와서 통화했다"면서 "박사 논문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통화에서는 그날 저녁 그와 직접 만났다는 사실도,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도 밝히지 않았었다.

신장식 의원도 이날 "(간부들이) 내가 받은 제보와는 너무 다른 말을 하고 있어서 청문회가 여전히 필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관련된 자료를 제가 지금 여기서 제시하면서 두 분을 곤란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사실 없다"면서 "왜냐하면 공무원 여러분들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철환 권익위원장을 상대할 때와 달리 질문 수위를 낮췄다.

야당에게 책임 돌린 여당 의원들, 실무자 방패막이로 내세운 정승윤
▲ 목 축이는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익위 국장 사망 관련 질의에 답변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김 국장 사망 책임을 줄곧 야당에게 돌렸다. 김건희 사건 관련 각종 자료 요청과 국회 질의로 권익위 실무자들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추가 질의에서 다시 김 과장을 증언대로 불러 세웠다. 그는 "사무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 뿐, 최종 결정은 전원위원회에서 하는 거니까 소신 껏 하라"면서 "실무자를 왜 혼내나, 최종 결정권자를 혼내는 건 이해하지만"이라며 실무자를 몰아세운 야당 의원들을 겨냥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4일 국회 정무위 회의 당시만 해도 김건희 사건 관련 야당 의원 질문은 정승윤 부위원장에게 집중됐고, 김 국장을 비롯한 실무자는 거의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정작 이날 야당 의원에게 혼이 나야 할 '최종 결정권자'는 자리에 없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자신은 김 국장에게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며 시종일관 책임을 회피했고, '핵심 인물'인 정승윤 부위원장은 이날 저녁 정무위가 끝날 때까지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 위원장 대신 권익위 회의를 주재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오후에 박종민 사무처장과 교대하라는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요구마저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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