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환상적이었다"…'명장' 에릭손 감독, 췌장암 투병 끝 별세

배재성 2024. 8. 2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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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 EPA=연합뉴스

유럽 무대서 트로피 18개를 들어 올렸던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76세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에릭손 감독이 오랜 병환 끝에 자택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에릭손 감독은 지난 1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는 남은 시간이 1년 정도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1977년 스웨덴 구단 데게르포르스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19년 필리핀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40여년 동안이나 현역 감독으로 활약했다. 이 기간 그가 지휘봉을 2년 넘게 놓았던 적은 한 번밖에 없다.

가장 빛나는 경력은 6년 동안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한 것이다.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첫 비 영국인 감독으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지휘봉을 잡으며 잉글랜드 축구의 성공기를 이끌었다.

잉글랜드 출신이 아닌 그를 두고 비판적 여론이 있었지만, 에릭손 감독은 특유의 냉정한 태도와 지도력으로 성과를 내며 우려를 불식했다.

2001년 9월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독일과 경기에서 5-1 승리를 지휘해 팬들의 확실한 지지를 얻어냈다.

잉글랜드는 에릭손 감독의 지도 아래 메이저 대회에서 3회 연속으로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잇따라 8강에 올랐고, 유로 2004(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8강의 성적을 냈다.

이 밖에도 벤피카(포르투갈), 라치오, 삼프도리아(이상 이탈리아), 레스터시티(잉글랜드), 멕시코, 코트디부아르, 필리핀 국가대표팀 등을 이끌며 18개의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지휘했다.

말년에는 아시아 무대에서 감독으로 6년 활동했다.

광저우 부리와 상하이 상강을 차례로 지도하며 전북 현대, 수원 삼성 등 K리그 구단을 상대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필리핀을 이끌고 파울루벤투 감독이 지휘하던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대결(한국 1-0 승)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스벤’에서 에릭손 감독은 본인의 암 투병 사실을 직접 알렸다. 그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들로부터 내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라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가 매사에 노력했고, 긍정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나를 보고) 안타까워하지 말고 웃어달라. 내 인생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환상적이었다”면서 “모두가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인생을 잘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투병 중에도 자신이 지도했던 친정 팀들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끝까지 축구를 향한 열정을 보여줬던 고인은 결국 암 선고를 받은 지 7개월 만에 눈을 감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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