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의 사과[김선걸 칼럼]

김선걸 매경이코노미 기자(sungirl@mk.co.kr) 2024. 8.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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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삼은 전 프로야구 선수다.

현역 시절 통산 121승을 기록하고 2008년 올림픽 금메달 멤버로도 뛴 좌완 베테랑 투수다.

3년 전 은퇴 후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활약했다. 왕년의 스타들로 팀을 짜서 ‘도장 깨기’식으로 고교팀, 대학팀, 프로팀을 상대하는 코너다. 부상으로 주로 벤치에서 입담만 과시하다가, 각고의 재활 노력으로 올해는 출전이 잦아지던 터였다.

그런데 최근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제작진은 물론 응원하던 애청자들에게도 실망을 줬다.

그는 솔직하게 사죄했다. 다음 날 곧바로 SNS에 글을 올려 “안일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고 고백했다. 책임을 지고 출연 중인 ‘최강야구’에서도 자진 하차했다.

사실 장 선수는 ‘음주운전’이라기보다 ‘숙취운전’이다. 전날 3차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 3시 37분에 귀가해 취침 후 12시쯤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별 문제의식 없이 가끔 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핑계 삼고 봐달라고 하진 않았다. “한 치의 거짓 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고 깔끔하게 물러났다.

음주운전 논란을 빚은 또 다른 연예인이 있다. BTS의 슈가다. 슈가 역시 사건 이후 SNS로 사과했다.

그런데 말이 계속 달라졌다. 소속사가 ‘전동킥보드’라고 밝힌 것은 알고 보니 ‘전동스쿠터’였다. 경찰 진술에서 ‘맥주 한 잔’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혈중 알코올 농도 0.227%로 면허 취소 기준(0.08% 이상)을 웃도는 만취 상태였다. 전동스쿠터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고 음주운전 시 일반 자동차와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이 부과된다. 반면 하이브가 주장했던 ‘진동킥보드’는 이른바 ‘씽씽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10만원 정도의 범칙금만 부과된다.

슈가 개인이면 몰라도 소속사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민희진 사태’ 당시 하이브 측은 ‘주술 경영 보도자료’ 등 자해 수준의 언론 플레이로 신뢰를 떨어뜨렸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지 않은 대응이었다. 주가 폭락에도 직격탄이었다. 이번 일도 슈가에게 상처를 줬다. 정직하지 못한 이미지는 BTS의 미래에 짐이 될 것이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 사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김호중은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피해자에 대한 조치 없이 도망쳤고, 매니저가 대신 자수하고, 블랙박스를 제거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심지어 음주 사실도 10일간 끌다가 인정했다. 은폐와 조작 이미지의 가수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슈가든 김호중이든 정직하게 사죄했으면 이렇게 크게 비화되지 않을 일이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의 피터 H.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신뢰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신뢰를 결정짓는 두 개의 강력한 요소, 즉 역량(competence)과 도덕성(integrity)을 비교한다. 그는 “신뢰 위반이 역량 문제로 인지되면 극복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도덕성 문제로 인지되면 극복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역량은 긍정적 느낌에, 도덕성은 부정적 느낌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번 홈런을 치면 삼진을 여러 번 당해도 ‘홈런 타자’라고 인식될 수 있지만, 바람을 피운 사람이 건전하게 살아도 바람둥이라는 인식은 피하기 힘들다.

그래서 스스로 잘못은 인정하기 더 힘들다. 그만큼 주변의 조언 그룹이 중요하다.

비록 한 번 실수로 비난을 받았지만 보석 같은 스타들이다. 정직한 사람들과 함께하면 오히려 반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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