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데 가는 곳마다 현대, 기아차... 여긴 어디?
[임병식 기자]
서울 한낮 온도가 최고 35도를 넘나들 때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떠났다. 광활한 초원을 걸으며 나를 잊고, 온몸을 휘감는 바람을 맞고 싶었다. 인천공항을 떠난 아스타나 항공기는 알마티 국제공항까지 꼬박 6시간 날았다. 알마티에 가까워오자 창 너머로 만년설을 머리에 두른 천산산맥이 물결치듯 다가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산 영봉과 눈부신 만년설은 서울에서 불볕더위를 잊게 했다. 비행기 트랩을 나서는 순간, 멀리 천산산맥과 폐부를 찌르는 청량한 바람이 성큼 다가왔다. 드디어 중앙아시아 초원에 들어섰음을 몸으로 체감한 순간이다.
▲ 하늘에서 바라본 천산산맥 알마티에 가까워오자 창 너머로 고산 영봉과 만년설이 물결치듯 다가왔다. |
ⓒ 임병식 |
▲ 알마티 대통령궁 인근 대규모 현대식 쇼핑몰과 고층 건물로 빼곡한 알마티 시가지 전경. |
ⓒ 임병식 |
▲ 알마티 사과 사과의 도시답게 알마티에서 생산되는 사과 품종은 수십종에 달하며 빛깔도 곱고 맛도 뛰어나다. |
ⓒ 임병식 |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서자 잘 닦인 도로와 고층 건물이 반겼다. 현대자동차 판매사업소가 자주 눈에 뜨인다. 그러고 보니 굴러다니는 승용차 10대 가운데 4~5대는 현대 기아차다. 이슬람은 50%에 달하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 이슬람 사원 무슬림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지만 알마티에서 모스크나 무슬림 복식을 한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
ⓒ 임병식 |
주변을 지나는 젊은이들도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무심한 표정이다. 허나 평온한 일상과 침묵 속에서도 그날의 비통과 슬픔을 기억하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다. 어느 때, 어디에서건 시간은 망각과 치유를 반복하지만 때가되면 상처는 돋는다.
▲ 판필로프 공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저지하다 숨진 카자흐스탄 군인 28명을 기린 판일로프 공원의 꺼지지 않는 불. |
ⓒ 임병식 |
▲ 젠코브 성당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춘 젠코브 성당은 목조 건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이를 자랑한다. |
ⓒ 임병식 |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카자흐스탄은 정서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친근하다. 알마티에서 흔히 만나는 현대, 기아자동차는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는 알마티 현지에서 연산 4만5,000대에 달하는 쏘나타와 싼타페 조립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9월부터는 프리미엄급 시장을 노리고 제네시스 승용차를 생산한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프리미엄급 자동차 판매는 1위 렉서스 3,615대, 2위 BMW 265대, 3위 벤츠 189대 순이다. 제네시스는 9대에 그쳤다. 프리미엄급 시장에서도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전북대학교는 지난 6월 현지에 '새만금 한글학당'을 개설했다. 한국어 보급과 카자흐스탄 유학생 유치를 위해서다. 한글학당은 한국과 실크로드를 잇는 디딤돌이다. 120개 민족, 그리고 이슬람과 러시아 정교, 기독교가 공존하는 카자흐스탄과 알마티는 이렇듯 생각보다 가깝다.
- 다음 회에 2편이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임병식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전 국회 부대변인).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BC 장악' 법원 제동 "방문진 새 이사 집행정지"
- "내 옆에도 위에도 밑에도 시신이 있었다"
- '김건희 명품백 조사' 권익위 국장에 '보복성 인사' 의혹
- 아이 넷 데리고 시골살이 도전, 이 부부가 사는 법
- 권성동 고소한 김규현 "저열한 수법, 법으로 가려보자"
- [단독] 대통령 관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출품 정자 설치...미등기 상태
- 달큰한 복숭아, 어디까지 알고 드시나요?
- "손배폭탄 특효약" 김문수, '246억 손배' 맞은 노동자에 한 말은?
-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법원이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 지적"
- [단독] '임산부=애국자' 지하철 안내, "여성이 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