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11) “당장 안 오면 요절을 낼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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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3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집으로 오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당 옆 텃밭에는 여러 가지 채소와 꽃을 심었고 시간 맞추어 물을 주도록 알려주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들은 제가 가르치는 성경공부보다 더 효과가 좋았습니다.
"너 이 새끼 당장 안 오면 요절을 낼 테니 그런 줄 알아." 그 고함이 너무 컸던지 그는 그 자리에서 꼬리를 내리고 "알겠습니다. 가다가 죽더라도 가겠습니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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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그가 3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집으로 오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청송에서 고향 섬으로 오는 차비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기초생활 수급이 허락되는 3개월간의 생활비였습니다. 저는 다시 이전처럼 교회에서 부담하기로 작정하고 밀린 공과금도 납부해 수도와 전기가 그의 집으로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5월이어도 날씨는 쌀쌀했던 탓에 생필품을 비롯한 거주 준비를 갖춰 나갔습니다. 비뚤어진 사람들의 특성이 그렇듯 그는 고마움을 몰랐고,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습관적인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면서 양심의 가책도 없이 행동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형제에게서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당장 사달라고 날마다 졸라댔습니다. 전화를 개설하려 하니 그것 역시 14만원의 연체를 물어야 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곱절로 갚아 주겠다며 애걸복걸했고, 결국 밀린 연체금은 법무부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거둬 내주었고 3개월 비용은 제가 부담해 드디어 전화를 개통해줬습니다. 딱히 전화 올 곳도 없는 데도 그는 전화가 생기자 연신 좋아했습니다.
때로는 거짓말인 줄 알지만 마음을 잘 추슬러서 또다시 교도소에 가는 일은 없어야 했기에 형제가 마음 붙이며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닭 세 마리와 강아지를 사서 기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마당 옆 텃밭에는 여러 가지 채소와 꽃을 심었고 시간 맞추어 물을 주도록 알려주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들은 제가 가르치는 성경공부보다 더 효과가 좋았습니다.
닭이 알을 낳고 강아지는 주인의 신분이나 처지를 따지지 않고 눈에 보이기만 하면 좋다고 달려들고 반기는 모습에 그는 난생처음으로 생명을 자기 손으로 만지고 기르고 가꾸어 보는 체험을 하면서 너무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옛날에도 없었던 행복한 웃음이 형제의 얼굴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강아지 이름을 금주로 지었습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강아지를 기르는 주인이 원수 같은 술을 멀리하라고 그렇게 지었는데 이 형제는 그 이름이 영 못마땅한가 봅니다. 그래서 행여나 다른 이름으로 못 바꾸도록 개집 위에 ‘금주네집’이라고 지워지지 않도록 써놨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이런 형제를 변화시킬 확률은 10%라고 하는데 그는 매일 달걀 두 개씩 닭장에서 꺼내 오면서 그것이 아까워 먹지도 못하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노력한 대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형제의 삶에 고추 깻잎 상추 오이 호박 등 12가지 종류의 각종 채소가 자라기 위해 예쁘게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서 한 영혼을 살려 보려고 발버둥 치는 이 종의 작은 희망에 언젠가 파릇파릇한 새싹이 날 것 같은 조짐이 보입니다.
길들이기 어렵다는 야생 짐승 같은 이 형제는 한 달만 되면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목사님, 저 오늘 몸이 너무 아파 교회를 하루 쉬겠습니다.” 만약 사도 바울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학식과 인격을 갖춘 고린도전서 13장의 언어로 잘 타일렀을 것이고, 베드로 사도는 말고의 귀를 자른 그 경험으로 이 형제의 양쪽 귀 모두를 확 잘라버렸을 것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저는 그의 뻔뻔한 거짓말을 듣고 욕을 퍼부었습니다. “너 이 새끼 당장 안 오면 요절을 낼 테니 그런 줄 알아.” 그 고함이 너무 컸던지 그는 그 자리에서 꼬리를 내리고 “알겠습니다. 가다가 죽더라도 가겠습니다” 하더군요. 전화를 끊고서야 저는 이런 모습 때문에 좋은 목사가 아니라는 게 들통이 난 것 같아 부끄러워집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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