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한마디에 출렁이는 대출 시장…당혹스런 은행권

황인호,김준희,구정하 2024. 8. 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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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쉬운 금리 인상’ 질책에 은행권 대출 정책이 요동치고 있다. 이 원장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다”며 개입 강화를 시사한 지 하루 만에 은행들은 만기 축소 등 추가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은행권 안팎에선 집값 상승 신호가 감지된 지난 6월 금융 당국이 돌연 대출 규제를 두 달간 미뤄놓고 이제 와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날 은행장 이사회를 겸한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씨티·전북은행의 행장 또는 부행장(대참)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출금리 등 가격 중심 대응이 아닌 은행별로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 심사를 체계화하고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만 34세 이하는 50년, 그 외 40년이었으나 이를 30년으로 일괄 축소해 대출 수요를 줄인다는 취지다. 국민은행 내부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주담대 기간이 40년에서 30년으로만 줄어도 연 소득 5000만원 대출자(대출금리 연 3.85% 가정)의 한도가 4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국민은행은 신규 주택 구입 대출 시 1년,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운영 중인 ‘주담대 거치기간’도 없애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출 한도가 없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에도 1억원의 한도가 새로 생긴다.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도 중단한다. MCI·MCG는 주담대 실행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사실상 대출액 한도 축소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른 은행으로부터의 전세자금대출 대환도 금지한다.

우리은행도 내달 2일부터 대출 모집법인 한도를 월 2000억원 내외로 관리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추가 대책을 내놨다.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최대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갭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대출 조건부 취급제한, 모기지보험 적용 제한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추가로 다주택에 대한 생활안전자금 취급 중단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조치는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이 촉매제가 됐다. 이 원장은 TV 방송에 출연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금리 인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중은행의 릴레이 금리 인상에 1·2금융권 금리가 역전되는 시장 왜곡도 언급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분할상환 만기 10년 이상 기준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저 금리는 3.60%다. 반면 일부 보험사의 경우 주담대 금리 하단이 3.19%다.

주담대 관리를 위해 금리를 인상한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 당국의 개입 강화 으름장에 추가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금리 인상을 사실상 묵인해 놓고 이제 와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고 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은행들은 가계 빚 증가를 은행의 잘못된 영업 행태로 전가하는 시각도 문제 삼고 있다. 최근의 대출 급증세를 정책 실패가 아닌 은행의 포트폴리오 관리 실패로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장 발언을 보면) 대출 규모 관리를 주문했지 금리 올리라고는 하지 않았다는 게 되는데, 여기에도 순서가 있다. 금리를 올리지 않고 대출 관리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없다”며 “한도 조정은 은행 입장에서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은 정부 정책과 함께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김준희 구정하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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