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가 삼겹살보다 더 비쌉니다

박성영,김현길 2024. 8. 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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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g에 9900원.'

26일 찾은 서울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파는 시금치 가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시금치 1단(200g)의 이날 소매가격은 7458원이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 가격의 급등세가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으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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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물가 비상
추석을 앞두고 채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338g에 9900원.’

26일 찾은 서울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파는 시금치 가격이다. 100g당 3410원이다. 채소를 들었다 놨다 하던 사람들은 대개 다른 코너로 발걸음을 돌렸다. 장을 보러 온 60대 최모씨는 “도저히 비싸서 채소를 살 수가 없다. 이 가격이면 차라리 고기를 더 사겠다”고 말했다. 삼겹살 100g은 2000원대로 시금치보보다 더 싸다.

인근 할인마트 상황도 비슷했다. 몇몇 마트에선 최근 들어 아예 시금치를 들여오지 않고 있었다. 50대 마트 사장은 “여름엔 채소가 잘 녹기 때문에 시금치는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올해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 시금치를 가져와도 손님들이 사가겠나”고 한탄했다. 시금치뿐만이 아니었다. 국산 배추 한 포기는 약 7500원 정도에 판매 중이다. 가게를 찾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서 채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시금치 1단(200g)의 이날 소매가격은 7458원이다. 올해 들어 가격 변화가 크지 않았던 시금치 가격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슬슬 오르다 8월 들어 폭증했다. 7월 1일 기준 시금치는 1단에 1972원이었다. 2.6배 이상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7월 11일 3086원이었으나, 이날 6405원을 기록했다. 6월 말 1000원을 조금 넘었던 상추 100g은 이날 기준 2034원이다.

유독 긴 폭염과 잦은 폭우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채소 가격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진 상황이다. 채소류는 특히 날씨에 예민한 품목으로 이번엔 작황이 예년보다 더 부진했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 가격의 급등세가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으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물가협회는 전국 전통시장 기준 4인 가족 차례상 평균 가격이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대비 9.1%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맘때 수요가 높은 추석 성수품 가격이 내려가지 않자 소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가계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추석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배추·무, 사과·배 등 20대 추석 성수품을 추석 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 규모로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 속에 한국은행은 물가가 조만간 안정될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한은이 발표한 ‘부문별 물가상황 및 머신러닝을 이용한 단기 물가 흐름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2.0%대 초반, 9월 2.0% 내외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한은이 단기 인플레이션 예측력 향상을 위해 머신러닝 기법과 상향식 추정을 결합해 개발한 예측 모형의 결과다.

주요 품목별 예측 결과를 보면 농산물 가격 오름세는 양호한 기상 여건 등으로 완만하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 국제유가 하락 흐름 등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근원 서비스 물가(집세 제외) 상승률은 2.0%대 중반 수준에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집세는 전월세가격 상승세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돼 완만하게 오르고 있다.

박성영 김현길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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