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산부=애국자' 지하철 안내, "여성이 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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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와 서울을 잇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임산부 배려석에 위 내용이 적힌 공식 스티커가 붙어 "여성이 국가를 위한 도구냐"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김포골드라인은 두 량짜리 경전철이어서 협소하고, 전체 좌석이 56석에 불과해 (특히 혼잡한 시간대일수록) 임산부 배려석 운영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별도로 배려석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좋은 의도로 스티커를 만들어 부착했지만, 해석에 따라 표현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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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빈 기자]
▲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임산부석에 지난 25일 "임산부는 애국자"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
ⓒ 김화빈 |
김포와 서울을 잇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임산부 배려석에 위 내용이 적힌 공식 스티커가 붙어 "여성이 국가를 위한 도구냐"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임산부 배려석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5일 확인한 김포골드라인 열차 칸엔 기존 임산부 배려석 안내문 바로 밑에 해당 문구의 스티커가 말풍선 형태로 붙어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에는 해당 스티커가 없고, 김포골드라인 노선에만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포골드라인은 두 량짜리 경전철이어서 협소하고, 전체 좌석이 56석에 불과해 (특히 혼잡한 시간대일수록) 임산부 배려석 운영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별도로 배려석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좋은 의도로 스티커를 만들어 부착했지만, 해석에 따라 표현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김포골드라인을 운영하는 '김포골드라인운영주식회사'의 모회사이다.
"애국 위해 출산? 공허한 이야기"
전문가들은 공공장소인 지하철에 붙은 해당 문구를 두고 "비혼·비출산 여성에 대한 혐오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여성학 박사)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출산 여성은 애국자고, 비출산 여성은 애국자가 아니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설명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애국 프레임'을 가져가면 아이를 갖지 않거나 갖지 않기로 한 사람들에 대한 혐오, 적대시하는 상황을 야기하게 된다. 이는 불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일반 국민의 상식이고 (우리 사회가) 그러한 태도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애국 중이니 우대하자'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연대하는 사회로 나아가려는 방향성에 좋지 않은 문구"라며 "애국하기 위해 아이를 낳으라는 건 여성들에겐 굉장히 허구적이고 공허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저출생의 근본 원인으로 성평등하지 못한 사회를 지목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출산·육아를 선택하면 경력이 단절되고 직장을 유지할 수 없는데도 정부의 근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조건을 충족시키는 자에 대한 특별 대우 기조로는 결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형림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도 "공공장소에서 해당 문구를 목격한 여성들은 '국가가 여성을 애 낳는 도구로 본다'고 생각하기 충분하다"라며 "여성을 도구로 보는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문구뿐 아니라) 정부는 직접 출산하는 존재인 여성에게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저출생은 여성이 압력을 받아 아이를 출산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의 행복한 삶이 전제돼야 하며, 남성의 돌봄참여와 성평등 환경이 보장되지 않고선 출생률 반등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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