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전정책, '톱다운 방식'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해야
[김형태 기자]
▲ 경기 용인시는 학교 개학이 이뤄지는 26일부터 내달 27일까지 학교주변 노후·불법광고물 일제정비 기간으로 정하고 정비활동에 들어간다. |
ⓒ 용인시 |
2020년 교육부와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공개한 통계자료에서 보듯, 저출산 영향으로 유·초·중·고등학교의 학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학교안전사고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재해율과 비교하여 볼 때, 무려 2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설물 안전관리가 중요하다. 교육부가 학교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학교시설물에 의한 안전사고가 전체 사고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사고율이 낮은 학교는 고정창이 없는 목재문으로 무게가 있고 미끄러짐이 낮아 문을 개폐하는데 일정한 힘을 필요로 하는 반면, 사고율이 높은 학교는 알루미늄 프레임의 목재문으로 미끄러짐이 좋아 개폐가 쉬웠으며 이로 인한 '손끼임 및 부딪히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였다. 이와 같이 문 개폐의 미끄러짐 정도가 문 출입 시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학교안전사고 관련 몇 가지 문제점과 개선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안전사고 현황 및 결과에 대한 문제점 및 시사점
첫째, 사고유형 분류 기준을 살펴보면, 교육부, 학교안전공제회, 질병관리본부가 동일한 기준이 아닌 서로 다른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고, 같은 기관에서도 매년 사고유형을 다르게 구분하는 경우가 있어, 통계자료 수집 및 관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부 안전교육 7대 표준영역 관련 통계 중 생활안전과 학교폭력은 관련 법률에 따라 통계로 집계하지만, 그 외의 안전 영역은 체계적인 통계 집계가 미흡하다. 특히 현재의 사고유형 분류 방식은 보상과 관련된 사고 현황만 분류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교육활동 중에 겪는 교통사고, 폭력, 보건·식품 등에 대해서는 사고유형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학교안전법에 의한 학교안전사고통계는 크게 학교안전사고 발생통계, 학교안전사고보상통계, 학교안전실태조사통계로 구분한다. 학교폭력법에 의한 학교폭력통계는 학교폭력처리통계, 학교폭력피해비용지원통계, 학교폭력실태조사통계로 구분이 가능하다. 학교안전 관련 통계는 매년 통계자료집 발간 등을 통해 결과물을 일부 공개하고 있으나, 국가승인통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향후 국가승인통계로 전환함으로써 통계의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교통, 화재, 전기, 가스, 승강기 등과 같은 전문 분야의 사고유형에 대한 통계자료는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학교안전사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고유형 분류 및 통계처리 기준이 각 기관마다 서로 상이한 바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통일된 기준을 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교안전사고 통계와 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통계는 통계의 작성·보급 및 이용과 그 기반 구축 등을 규정한 「통계법」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통계법」 제15조에 따라 통계청장이 지정한 통계작성기관에서 통계의 명칭, 종류, 목적, 조사 대상, 조사 방법, 조사 사항의 성별 구분 등에 관하여 미리 통계청장의 승인을 받아 생산·관리되는 통계를 국가승인통계라고 한다.
학교안전사고 통계도 하루속히 「통계법」에 따른 국가승인통계에 포함돼 체계적인 생산·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수치를 토대로 학교안전사고 예방과 대응 등 정책의 수립·시행 및 학술 연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체육활동 중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체육시간에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맞춤식 노력과 예방활동(연구, 매뉴얼 제작, 홍보 등), 안전의식 제고 등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축구, 농구, 피구 등 구기 운동 중 일어나는 사고 감소 및 예방을 위한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에,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심각성과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관리시스템 등 안전의식 및 인식 제고가 필요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학교안전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며, 학교안전사고 발생 시 사고 처리를 대행할 수 있는 전담, 전문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교육부와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내려보내는, 이른바 상급기관 중심의 안전사고 예방정책에서, 개별 학교의 취약성 및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분석하여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데이터에 기초한 안전계획 내실화 등 철저하게 단위 학교 중심의 맞춤형 안전사고 예방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톱다운(top-down: 교육부→교육청→학교) 방식에서 바텀업(bottom-up: 학교→교육청→교육부) 방식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단편적, 분절적 학교안전사고 예방정책에서 벗어나 첨단정보기술을 활용한 예방정책으로 효율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노후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 및 안전조치 강화해야
넷째, 학교 설립 연도가 30년 이상인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노후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 안전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학생 개인의 주의력과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안전교육 실시도 중요하지만, 노후화된 시설이나 통학로의 보차분리 등 원천적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재해를 방지하려면 예방활동 및 안전교육을 통하여 안전에 관한 지식, 기술, 태도,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설물 안전과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부분 안전사고가 발생한 학교에서 매년 반복해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사고가 다수,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사고 감소를 위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매년 30건 이상 안전사고 발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교육청과 학교안전공제회 등 전문기관에서 사고의 원인 분석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주는 등 맞춤형 컨설팅이 필요해 보인다.
다섯째, 우리나라의 안전교육은 여러 교과에서 단편적, 분절적으로 이루어져 종합적, 체계적 안전교육이 시행되지 않고 있고, 각 교과 교사들의 안전교육 경험 부족, 안전 전문지식 및 교재 부족, 안전전담교사의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과대 학교, 과밀 학급 등 열악한 교육환경 또한 각종 학교안전사고 발생과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안전사고에 대비한 안전사고 예방교육 프로그램이나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관리 대책은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등 새로운 위험 요인들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의 안전수칙의 습득과 이론 중심의 안전교육에서 위험인지 감수성과 위험 상황 대처 능력을 길러주는 체험형 위험교육(risk education)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교육활동 중 직면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의 인식, 위험평가, 위험통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위험 장소 찾기, 안전 지도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종전의 관점이 '위험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이었다면, 최근 새롭게 제시되는 안전 패러다임은 '위험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조정하면서 학교의 교육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학생들에게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하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안전교육과 학교의 안전을 유지하고 학교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안전관리는 기본이고 필수이기에, 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울리히 벡(Ulrich Beck)이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하였듯이 학생들도 교육활동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위험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고, 학교 차원에서는 사고의 발생의 조건을 통제·차단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 대학 안전사고 발생 현황 대학의 안전사고 현황도 심각하기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 2019년, 344개교 대상 실태조사, 교육부 |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필자의 논문,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법제 연구’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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