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외국에서 임금 차별 받는다면 어떻겠나"
[김성수 기자]
정부와 여당이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차등 적용하기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가사도우미와 간병인 등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내국인보다 낮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에서 개최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세미나'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에게) 똑같이 최저임금 적용하는 게 효율적인가",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외국인 고용을 활성화하고 더 많은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획일적, 일률적인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외국인과 내국인 임금의 차등 지급을 주장했다. 특히 그 근거로 나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수입의 80%를 본국에 송금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런 여당과 나경원 의원의 주장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근로자가 자기의 임금을 어디에 쓰는지는 임금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을 본국에 송금을 하든 저축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자유고 그런 자유는 전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여당과 나경원 의원 주장대로 하면 외국 기업에 취직한 한국인들도 버는 돈을 국내로 송금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과거 중동에서 한국 근로자들이 오일 머니 벌 때와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할 때를 생각해 보자.
외국인 근로자들도 보살필 가족이 있다. 타향에서 고생하는 그들을 도와주질 못할망정 그들의 소박한 꿈을 깨겠다는 것인가? 여당과 나경원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를 노예쯤으로 생각하는가? 처지를 바꿔서 대한민국 미래 세대들이 호주·캐나다·미국· 영국 등으로 유학이나 이민을 가서 현지에서 취직할 경우 그곳 현지인들보다 적은 최저임금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인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줄이려면 서북유럽 국가들처럼 아동양육비, 노인복지비,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복지 국가를 실현해야 한다. 역사에 지름길이나 속성반은 없다. 또한 모든 인간은 존귀하다. 아무도 자신이 태어날 국가, 시대, 성, 장애여부 등을 선택하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서 차별받고 처별 받아서는 안 된다.
▲ 아베 수말리노그 |
ⓒ 아베 수말리노그 |
- 처음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아내를 어떻게 만났고, 언제 결혼했나?
"20여 년 전에 한국에 천주교 선교사로 왔다. 당시 나는 서울 혜화동의 한 천주교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일하던 중,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국인 여성을 만나 서로 사랑에 빠졌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에 대한 우리의 가치와 열정을 공유했고, 결국 한국에서 결혼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인생의 도전들을 함께 직면하며 살아왔다."
- 과거와 현재 두 분은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필리핀에서 신학대학을 마치고 가톨릭 선교사가 되었고, 그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으로 보내졌다. 선교사 일을 그만둔 후 영어 과외, 여행사 그리고 국제기구 직원으로 일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일을 했다. 현재는 소셜미디어, 여행을 위한 글쓰기 자료, 기후변화, 투명성 그리고 부패 문제와 같은 보다 지속가능한 생계 수단을 찾는 과도기에 있다. 아내는 장모님을 간병하면서 영어과외,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 발레를 가르친다."
-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지?
"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얻는 것 외에는 한국어(언어, 문화, 환경 등) 모든 것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한국은 점점 산업화 되고 고급 디지털 경제를 크게 촉진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과 사회과학보다는 물리학과 공학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 전문가를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한다. 나는 블루칼라 일을 하는 것이 괜찮지만, 내 전공이 사회과학과 인문학(국제개발, 언어학, 심리학, 신학)이어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영어 원어민 국가가 아닌 내 배경과 내가 성취한 학위에도 불구하고 학원이나 대학교에서 영어교사나 강사로 취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첫째, 한국에서 내가 할 수 있고 기대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다른 외국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이야기와 조언을 듣는다. 나는 또한 한국어를 공부했고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의미 있는 성과인 6급을 마쳤다. 이것은 내가 한국의 역사, 지역문화, 사회정치적인 환경 등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식당과 노래방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즐기고, 문화 행사에 참여하고, 공부하며 박물관 방문, 여행, 등산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나의 최고의 대처 전략이자 해결책이다."
- 한국 정부와 여당이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가사도우미와 간병인 등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낮춰 저출산·고령화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일하기 위해 상당한 희생을 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리핀인을 포함 다른 외국인들이 그들의 재산을 팔고, 가족을 두고 고국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가족을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국내 임금을 기준으로 한국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만약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받는 최저임금기준보다 훨씬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면,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일할 동기가 없다. 이 문제는 과거 중동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나 독일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의 사례와 비슷하다. 나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한국이 글로벌 노동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글로벌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
- 필리핀과 한국의 주요 문화 차이는 무엇인가?
"필리핀의 가족 구조는 가족 단위를 확장된 것으로 강조하는데, 이는 조부모, 고모, 사촌, 삼촌 등 여러 세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관계는 강하고 가족의 의무와 부양을 상당히 강조한다. 반면에, 한국의 한 가족은 가족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특히 도시 지역에서 핵가족에 크게 중점을 둔다. 유교 전통은 여전히 효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데, 이는 필리핀 문화에서 더 강할 수 있다.
종교적인 신념도 비교하기가 아주 흥미롭다. 필리핀인들은 대부분 가톨릭 신자이고, 그들의 관습을 일상 생활에 깊이 접목했다. 한국에는 불교, 기독교, 한국의 무속주의 등 다양한 종교적 환경이 있다.
사회적 위계질서와 존중은 두 문화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다르게 나타난다. 필리핀에서 존중은 비공식적인 상호작용과 정중한 언어를 통해 보이며, 우리의 더 평등한 사회를 반영한다. 한국에서 유교는 엄격한 사회적 위계질서와 나이와 신분에 따라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때때로 더 공식적이고 거리감 있게 느껴질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축제와 휴일을 사랑한다. 필리핀인들은 크리스마스와 다른 가톨릭 명절을 아주 열정적으로 기념하고, 한국의 주요 명절은 가족 모임과 전통 의식이 중심인데, 나도 이 명절이 매우 다채롭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나라 모두 풍부하고 다양한 요리 전통을 갖고 있다. 필리핀 요리는 말레이, 스페인, 중국 및 미국 맛의 영향을 받는 반면, 한국 요리는 향신료와 발효 식품을 많이 사용한다. 나는 한국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요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 채널에 한국 요리를 포함하기도 한다.
▲ 아베 수말리노그씨 |
ⓒ 아베 수말리노그 |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어수업, 특히 전문적이거나 학문적인 목적을 위한 전문수업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는 보조금을 받는 한국어 프로그램과 온라인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도울 수 있고, 지역 사회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때 인내하고 격려하며 언어 학습에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지원할 수 있다.
또한 국적이나 민족에 관계없이 직장과 사회적 환경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별금지 조치의 강화가 요구된다. 정부는 차별금지 정책과 법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차별 사례를 보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지역공동체는 외국인에 대한 포용성을 강화하고 차별 행위에 도전하며 다양성과 평등을 옹호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외국인 친화적인 의료전문가와 의료제도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더 간단한 정보(다양한 언어로 번역)를 포함해 외국인을 위한 의료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역할에는 병원에 통역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의료 및 사회 서비스에 대한 다국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필요한 지원은 특히 비영어권 국가 출신들에게 외국인의 자격, 기술 그리고 경험을 인정하고 가치를 두는 직업 기회에 대한 더 큰 접근성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격을 갖춘 외국인들을 고용하고 외국 학위와 자격증을 인정하면서 취업 허가를 더 쉽게 제공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고용주들은 외국인들의 독특한 기술과 관점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인 동료들은 외국인들이 직장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와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것은 어떤 곳에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외국인들을 한국 사회에 통합하기 위한 더 많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문화 교육,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위한 친교 행사 그리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지원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지역사회는 외국인들을 환영하고, 그들을 여러 지역 행사에 초대하고, 그들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탐색하도록 도와줌으로써 기여할 수 있다. 내가 위에 명시한 대부분의 것들이 더 이상 나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새로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나는 지난 2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보고 경험했다. 한국은 강력한 사회발전기반, 세계적인교육, 선진의료, 효율적인 대중교통, 기술혁신, 낮은 범죄율 그리고 강한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문화보존을 중시하고, 강력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환경 지속 가능성에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과 삶의 균형 문제, 인구고령화, 교육의 높은 압력, 사회적 불평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 성 불평등, 높은 생활비, 언어장벽, 정신병력자에 대한 낙인, 외국인을 위한 제한된 사회통합 프로그램과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약점을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지속적인 사회 발전과 인구 증가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민관 대화와 협상 등 경제의 지속가능하고 견고한 발전을 저해하는 불법적이고 부패한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의 제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부정적인 견해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단지 한국과 세계의 발전을 위해 내가 느낀 문제의식을 제기할 뿐이다."
* 아베 수말리노그씨는 필리핀 대학에서 심리학/신학/종교학을 전공했다. 고려대 대학원 국제개발학과(2011년 졸), 연세대 대학원 언어학과 문학부 (2008년 졸). 경력: 한국투명성기구에서 국제협력, 기후변화사업, 녹색기후기금, 인턴십 프로그램 등 담당(2012년~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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