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뼈 다 보일 정도"…고민시, 43kg 인생 최저 몸무게 찍은 이유

황지영 2024. 8. 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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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중 유성아(고민시) 광기가 극대화해 담긴 장면. 사진 넷플릭스


스파게티 접시 위에 얼굴을 처박았다. 얼굴이 붉은 토마토 소스 범벅인데도 빙긋 웃는다.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유성아를 연기한 배우 고민시(29)가 꼽은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일반인으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집착과 광기를 가진 유성아라는 인물을 함축해 보여주는 장면으로, 고민시는 “새로운 느낌의 기괴함이 좋았다”고 26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JTBC ‘미스티’(2018), ’부부의 세계’(2020)의 모완일 감독이 연출했다.


“인생 최저 몸무게 찍었다”


배우 고민시는 "20대의 마무리와 30대의 시작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고민시는 숲속 펜션 주인 전영하(김윤석)의 일상을 위협하는 살인범이자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소시오패스가 된 유성아 역을 맡았다. 매력적인 외모로 환심을 산 뒤, 그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 캐릭터다.

보통 팜므 파탈하면 글래머 체형에 웨이브 헤어를 늘어뜨린 이미지가 떠오를 테지만, 고민시는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살을 말린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체중을 감량했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주기 위해 중단발 머리를 했다.

“이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으면 했어요. 회차가 진행되면서 점점 본성을 드러내려 했고, 외형에서도 후반부에 입은 노출 의상으로 변화를 줬죠.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뼈와 근육을 드러내면서 날것 느낌을 내려고요. 척추 뼈를 드러내려고 인생 최저 몸무게인 43kg까지 감량했습니다.”

고민시에게 다이어트는 힘들지 않았다. 처음 도전하는 소시오패스 역할이라, 매번 촬영이 설레고 떨려서 음식 생각이 전혀 없었단다. 대신 ‘부잣집 딸로 태어났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유성아’란 인물을 파고들었다. 다른 스릴러 작품을 참고하진 않았다. 모 감독의 설명을 듣고 작품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다.

사진 넷플릭스


그는 “촬영 전날까지 충분히 고민한 후, 현장에선 본능적으로 그 순간을 믿으면서 연기했다. 나도 몰랐던 표정이나 행동들이 생동감있게 담기길 바랐다. 대표적으로 ‘아저씨, 도대체 펜션에 언제 올 거예요?’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정말 유성아에 몰입해 날 것의 톤으로 했다”고 말했다.

스릴러 장르 경험이 많은 김윤석의 도움도 받았다. 김윤석은 고민시에게 ‘악역은 다수와 겨루는 외로운 인물이라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다.

다만 작품에선 유성아가 왜 아이가 있는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아버지와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의 이야기가 풀리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고민시는 “그런 반응 또한 이해한다”면서도 “우리 드라마는 ‘돌에 맞은 개구리’에 집중해야 했다. 살인마에 서사를 부여해선 안 됐고, 그렇게 이해돼서도 안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또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선 “피해자, 유가족, 살인자 초점의 작품은 많지만 2차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다. 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당했을 때 누가 얼마나 공감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수 “고민시의 시대”


고민시는 개인적으로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했다. “연기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 캐스팅이 됐어요. 당시엔 ‘절대 선택받을 수도 없는 캐릭터이고, 만약 되더라도 문제인 캐릭터’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거든요. 이 작품을 촬영하며 자존감도 되찾고 내 안에 숨어있던 새로운 얼굴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참 고마운 작품이에요.”

대중에겐 라이징 스타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을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전작 ‘스위트홈’ 시리즈에 이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연달아 넷플릭스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밀수’로 부일영화상, 춘사국제영화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등 다수의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고 최근엔 tvN 예능 ‘서진이네2’에 출연해 일 잘하는 ‘황금인턴’ 면모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넷플릭스


선배들의 칭찬도 쏟아진다. ‘밀수’에 함께 출연한 김혜수는 고민시에게 “이제 ‘민시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너의 존재로 감동이다”라는 연락을 했고,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김윤석은 “앞으로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하다. 작은 몸 속에 어마어마한 다이너마이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경찰 윤보민 역의 이정은은 “고민시와의 대면 장면에서 눈빛이 잊히질 않는다. 꿈에도 나왔다”고 전했다.

주변의 극찬에 고민시는 “시대는 계속해서 바뀐다. 이것 또한 찰나의 순간”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내가 그동안 했던 작품들이 시기가 잘 맞아 연달아 보여드릴 수 있었다. 이제 찍어 놓은 건 다 오픈했다. 앞으로는 다시 농사(촬영)를 지어야 한다. 계속 앞으로 달려야 하기에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 드리겠다. 질리지 않는 모습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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