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 체포에 러시아 관리들이 "분노", 왜
" “러시아는 국제기구가 (파벨 두로프의) 인권 보호와 언론 자유 보장에 대해 깨어있을지 보겠다.”(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 " “러시아의 적은 두로프를 러시아인으로 간주할 뿐이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
9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가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방치한 혐의로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되자 러시아 정부 인사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프랑스가 두로프를 체포해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러시아 관리들이 두로프의 체포에 분노했고, 일부는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적대 행위라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이날 파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프랑스 외무부에 두로프에 대한 영사 접견권 보장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으나 거부당하기도 했다.
두로프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현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프랑스 국적임을 강조한다.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소셜미디어(SNS) 프콘탁테(VK)를 만들어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렸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VK사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며 러시아를 떠났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두로프 체포에 예민한 건 텔레그램이 러시아에서 많이 쓰이는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텔레그램을 사용해 전쟁 뉴스를 전달해왔고, 러시아는 유럽에서 작전을 수행할 요원도 텔레그램으로 모집한다고 한다. 마침 최근 러시아는 프랑스를 표적으로 여러 작전을 펼치던 터다.
이런 점을 들어 WSJ는 “두로프가 텔레그램의 암호화된 통신을 해독하려는 서방 정보기관에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두로프의 체포를 유럽을 비판하는 구실로도 삼고 있다. 러시아 의원 마리아 부티나는 두로프가 “서방의 마녀사냥 피해자”라며 그의 체포가 “유럽에서 언론의 자유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 ◆두로프와 러시아 인연은
「 두로프는 1984년 소련의 레닌그라드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로프의 조부모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박해받았고, 그의 할아버지는 악명 높은 수용소로 보내졌다.
두로프는 부친이 일했던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대부분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족이 러시아로 돌아왔을 때 철의 장막은 무너졌고, 두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립대에 교양과목 학생으로 등록했다.
그는 실리콘 밸리, 특히 페이스북의 성공에 영감을 얻어 코딩 방법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2006년엔 프콘탁테(VK)를 만들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 보안 기관에 사용자 데이터 제공과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계정 차단을 거부한 후 VK의 CEO직에서 해고돼 러시아를 떠났다.
그가 2013년 말 만든 텔레그램은 이후 본사를 UAE 두바이로 이전했다. 두로프는 프랑스의 일반적인 시민권 요건을 충족하지 않지만,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유명 인사에게 정부가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2021년 프랑스 시민이 됐다. 두로프가 러시아 국적을 포기했는지는 공식 확인된 바 없다.
」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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