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충동 들면 같이 배드민턴 쳐라"…조롱거리 된 홍콩 성교육 교재
홍콩 교육 당국이 최근 발간한 중학생 대상 성교육 교재를 두고 온라인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홍콩 매체인 홍콩프리프레스(HKF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최근 중학교 1∼3학년 학생을 위한 시민·경제·사회 과목 교과에 성교육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이를 살펴보면 임신 결과를 책임질 수 없는 젊은 커플이라면 혼전 성관계를 피하고, 교제 초기에는 신체 접촉(친밀함)에 한계를 정해 자기 규율과 자제력, 음란물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된 부분은 남학생이 여자친구와 둘만 남겨지는 상황을 설명할 때다. 교재엔 이럴 때 “체육관에 함께 가서 배드민턴을 해라”고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성적 충동을 피하고 주의를 환기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런 교재 내용이 알려진 뒤 홍콩 인터넷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라는 조롱 글이 쇄도했다고 홍콩 매체들은 전했다.
홍콩 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 교재가 학생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옹호하고 있다. 크리스틴 초이 교육부 장관은 TV 인터뷰에서 “이 교재는 12∼14세 중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 수장인 존 리 행정장관도 “정부가 교육을 통해 사회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라며 초이 장관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옹호론이 나오는 가운데 홍콩 교육 전문가 상당수는 이 교재가 시대에 맞지 않은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청소년들의 성적 충동 통제를 강조하는 대신 성적 충동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재 내용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교육 교재를 둘러싼 논란은 홍콩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도린 쿵 입법위원은 SNS를 통해 “성적 충동이 들 때 젊은이들에게 배드민턴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배드민턴을 하기 위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코트를 예약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게리 장 입법위원은 “학생들이 불안과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라며 혼전 성관계를 비방하는 듯한 당국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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