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다양성의 승리, 파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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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회고록 '파리는 날마다 축제(A moveable Feast)'에서 자신의 파리 생활 추억을 더듬으면서 "만일 자네가 파리에서 살았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면 남은 평생 어디를 가든 파리는 자네와 함께할 걸세.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이기 때문이지"라고 읊조린다.
파리에 살 만큼 좋은 운까지는 못 갔지만 운이 좋아서 파리올림픽 기간 내내 파리 전역의 경기장을 누비면서 두려움 없이 한계를 극복하는 선수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 감동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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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다양성·인류애 실현 감동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회고록 ‘파리는 날마다 축제(A moveable Feast)’에서 자신의 파리 생활 추억을 더듬으면서 "만일 자네가 파리에서 살았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면 남은 평생 어디를 가든 파리는 자네와 함께할 걸세.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이기 때문이지"라고 읊조린다.
파리에 살 만큼 좋은 운까지는 못 갔지만 운이 좋아서 파리올림픽 기간 내내 파리 전역의 경기장을 누비면서 두려움 없이 한계를 극복하는 선수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 감동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웅장한 그랑팔레의 유리 돔 아래서 펼쳐진 펜싱과 태권도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의 포효를 우리는 기억할 것이고,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황금빛 지붕의 앵발리드 뜰에서 펼쳐진 태극 궁사들의 숨 멈추게 하는 마지막 화살 시위를 우리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올림픽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기억하는 것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 그리고 다함께"라는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 때문일 것이다. ‘더빨리(Citius)’가 육체적인 강인함을 뜻한다면 ‘더높이(Altius)’는 숭고한 지성과 도덕성을 높이는 것이고, ‘더 강하게(Fortius)’는 불굴의 의지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2021년에 올림픽의 모토로 추가된 ‘다함께(Communiter)’는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 즉 다양성과 인류애를 뜻한다.
파리올림픽은 무엇보다도 마지막 모토인 ‘다함께’, 즉 다양성과 인류애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 올림픽이길 염원하고 기획된 올림픽이었다. 개막공연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가 인종적 성적 다양성이었고 대표할 국가를 상실한 난민들에 참여기회를 확대하였으며, 성전환 선수에게 참가 자격을 부여하였고, 참가 선수와 종목 및 메달 수에서 남녀평등을 실현하였으며, 더 나아가 성평등을 언론의 취재와 보도 지침으로 삼은 것은 이전의 올림픽에서는 보지 못한 대단한 일이다.
다양성에서 성평등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파리올림픽의 성평등 노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직에도 획기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국가올림픽위원회나 국제연맹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의 IOC 위원으로 새로 선출된 4명 중 3명이 여성이고, 또한 선수대표 IOC 위원으로 새로 선출된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폐회식에서 이들 선수대표 신임 IOC 위원들이 박수받으면서 소개될 때 느낀 잔잔한 감동 또한 파리의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폐회식의 가장 큰 감동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마라톤이 올림픽의 피날레가 되면서 세계의 찬사 속에 흑인 난민 여성 마라토너의 목에 마지막 금메달이 걸리는 순간일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특별하다면 기억의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굴의 의지로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한 감동의 스토리와 함께 우리는 파리 올림픽이 ‘다함께’의 인류애를 얼마나 실현하려고 노력했는지 그 또한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최고의 사상가 중 한 명인 미셸 몽테뉴가 말한바 같이 ‘기억은 우리의 지혜의 근원이자, 경험의 보고이다.’ 파리올림픽의 다양성 실현 노력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유이고 이어지는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브리즈번올림픽에서 더 추구해나가야 할 인류사적인 사명이기도 하다.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는다. 행복했던 시간은 지나면 추억이다. 추억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만 기억은 우리를 더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여름 파리의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행복한 추억을 안고 남은 폭염을 견뎌보자.
박은하 전 주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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