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막무가내 의료 3종 개혁, 이러다 큰 일 난다
[김진웅 기자]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시 진료비 90% 내야
전공의 복귀 무산되자, 개원면허제(가칭) 도입
의료수급자 정률제 도입 통한 저소득 환자 트래픽 최소화
추석을 앞두고 온 국민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 될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
지난 23일 보건복지부는 비응급·경증 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같은 응급실 이용 시 진료비의 9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고, 3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 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 시행규칙 입법예고안 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 시행규칙 입법예고안 |
ⓒ 보건복지부 |
지난 2월 정부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느닷없이 의대 정원 2천 명을 증원하겠다는 선포와 함께 의사협회 및 의대교수를 비롯, 전공의 전문의 등과 마찰을 빚었고, 이로 인해 의료진들이 대거 사직을 함에 따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아님에도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가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필수의료 기반강화를 위한 차원에서의 의대 정원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이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이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의 위기를 모두 국민이 떠 안아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일처리 방식의 문제다.
결국, 전공의, 전문의 사직으로 발생한 의료공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놓고 고심하던 중 응급실 이용 환자 수 제한을 통해 의료체계에서 가장 시급하고,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 의료진 공백 상태를 타파해 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비응급 환자와 경증 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을 이용할 경우 응급실 진료비의 본인 부담을 상향함으로써 응급실 과밀화 방지, 중증 응급환자의 적시 진료, 응급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에 기여하기 위한 개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또한 결국에는 국민의 불안을 더욱 가중한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진료면허제(가칭) 도입 통한 의사단체 압박
지난 6일 보건복지부 소속 의료개혁추진단의 장경실 단장은 의사들이 의대만 졸업해서는 의료 역량, 임상 역량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개원을 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등 개원면허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생이 6년간 의과대 교육을 마친 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 의사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전공의 수련을 건너뛴 후 일반의 자격을 토대로 의료기관에 취업해 환자를 진료하거나 단독으로 개원하지 못하도록 면허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또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료개혁 방향성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점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정부와 의사들 간 원활한 협치를 할 수있는 상황이 아닌 강대강 대치 속에 의사들은 정부의 지침이나 방침에 따를 의사가 전혀 없고, 소송도 불사하는 판국에 의료계를 압박하는 이번 후속 조치 또한 의료계 공백사태만 키우게 되는 꼴이 아닌가 우려가 크다.
▲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결국, 이러한 전공의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개원이다. 의사국가시험에 합격 했으니, 개원이 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보복성 정책으로 이들의 개원을 더욱 어렵게 하기 위해 뜬금없이 개원면허제도를 신설하겠다는 의지가 아닌가 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의료 공백 사태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여 도출한 숙의된 의료개혁안이다. 당장 대통령이나 관료들이 국민을 수단으로 삼아서 의료계를 압박하는 형태의 보복성 내지는 충분히 숙의되지 않은 정책은 그 누구도 이롭게 하지 못한다.
전문의, 전공의 부족사태 대응으로 의료수급자 병원 진료 최소화 방안 강구
기존 근로 능력이 없는 의료수급자들은 의웝급에서 1000원, 종합병원에선 1500원, 상급 종합병원에선 2000원을 진료비로 냈다. 그런데 당장 내년부터는 기존 진료비 대비 각각 4%, 6%, 8%를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상급 종합병원에 입원해서 500만 원의 진료비가 청구되면 8%인 4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1인 가구 생계 급여 기준은 약 71만 원으로 생계비 절반 이상을 병원비로 내야 하는 셈이다.
복지부는 2007년 정액제가 도입된 후 그간의 물가·진료비 인상 등을 감안할 때, 의료 이용에 대한 수급자의 실질적 본인 부담 수준이 지속 하락했으며, 비용에 대한 의식이 점차 약화되어 과다 의료 이용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엇이든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국가는 정책 도입 시 객관적이면서 합리적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앞서 필자가 관련 기사에서 언급하였듯이 의료급여 수급자 대부분이 장애인이며 노인이다. 아파서 병원에 자주 가는 것이지, 뭐 얻을 것이 있다고 병원에 가겠는가?
정작 병원비 무서워서 정기적인 검진과 진료를 받지 못해 중증 질환에 노출된다면, 과연 이것이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인가? 무엇보다, 중증 질환에 걸려서 막대한 의료비가 청구될 경우, 긴급복지제도나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조세로 이들을 구제하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비용 아까워서 의료수급자 병원 가는 걸 제한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부담을 주고, 종국에 병을 키워서 의료기관에 가서 과다한 의료비가 지출된다면, 다시 조세로 이들을 지원해주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의료개혁의 본질은 총선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선포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전공의, 전문의와 교수들이 줄사퇴를 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응급실, 중환자실, 지역의료체계는 의료공백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다양한 카드를 꺼내면서 국민을 위한답시고 의료개혁을 단행중인 척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사실 의료를 잘 모른다. 의료인도 아니고, 복지제도에 박식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더 많이 경청하고, 소통하며, 타협해 가면서 의료제도를 개혁해야 하지만, 모두 자기들이 옳다고만 하고 있다.
먼저 정부와 의료계는 충분히 소통하기 바라고, 본인들이 옳다는 자기주장을 내려놓기 바란다.
이러다 정말 큰 일 난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소셜미디어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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