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선물 '자폭 드론'에 꽂힌 김정은…"더 많이 생산하라" 직접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대전에서 무인기(드론)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강조하면서 각종 '자폭형 드론'의 생산을 독려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하반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응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서 중요한 타격 수단으로 떠오른 드론의 판로 개척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 관영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이 공개한 자폭 드론은 러시아가 생산한 드론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지난해 9월 방러 당시 러시아 측으로부터 선물 받은 자폭형 드론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신문은 26일 김정은이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주관한 성능시험을 살펴본 소식을 전하면서 "각종 무인기들은 설정된 각이한 항로를 따라 비행하였으며 모두 지정된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타격소멸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새로 개발한 드론의 기술적 특성과 제원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전략정찰 및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 및 특수작전구분대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해양국의 특성에 맞게 핵어뢰와 같은 수중전략무기 체계들은 물론 각종 자폭공격형 수중 무인정도 부단히 개발해야 하며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자폭형 드론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백색 계열로 도색한 자폭형 무인공격기 2종이 한국군의 주력 전차인 K-2 등으로 보이는 모의 표적을 타격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드론 전문가인 조상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전면부의 전자광학·적외선(EO/IR) 추정 장비로 미뤄볼 때 러시아나 이란에서 유도 기술을 이전받아 개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전투 적용 시험'이란 용어를 쓴 것으로 볼 때 전력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드론의 모습이 외관상 러시아 자폭드론(배회 폭탄) 랜싯 혹은 이란의 샤헤드 등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스라엘의 히어로 자폭 드론, IAI하롭 무인기 등을 모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랜싯과 히어로는 각각 대전차용으로 개발된 배회 폭탄 계열이며, 샤헤드와 하롭은 사거리가 1000~2500㎞에 달하는 장거리 무인기로 분류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7월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개최한 무장장비전시회와 열병식에서 신형 '샛별-4형'과 '샛별-9형' 등 최신 드론을 공개했다. 현대전에서 주목받는 정찰, 공격(자폭) 능력을 가진 최신형 드론 시연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전력화 수준이 의심되는 자폭 드론을 선보이고, 김정은이 직접 대량 생산 지시까지 했다는 점에서 러시아나 이란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을 개연성은 더 커진다.
북한이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과 관련, 대러 수출 무기 다변화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란제 자폭 드론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와 무기 수출을 늘리려는 북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러시아는 이란과 드론을 매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북한 역시 러시아와 드론 생산과 관련해 모종의 협력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의 실제 성능, 전력화 시기 등과 관련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것인지, (완제품에 대한)역설계를 한 것인지에 대해선 분석이 필요하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무기개발 동향을 지속적으로 추적ㆍ감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무인기에 대응할 수 있는 탐지, 요격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공군 무인기·장사정포 타격 훈련
한편 공군은 26일 “UFS 연습의 일환으로 사흘 간 서해 해상 사격장에서 한·미 공군 전력이 연합 실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군 공중전투사령부가 주관하는 이번 연합 훈련에는 공군의 F-35A, F-15K, KF-16 등 전투기와 미 공군의 A-10 공격기 등 총 60여대의 한·미 공중 전력이 투입된다.
공중과 지상에서 북한의 순항 미사일과 장사정포 발사, 무인 공격기 침투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해 한·미 공중전력이 이들 표적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북한이 최근 250대의 이동식 발사대(TEL)나 최신 무인기 등을 공개한 만큼 이를 겨냥한 폭격 훈련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훈련 첫날에는 F-35A의 AIM-120C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발사와 KF-16의 GBU-31 공대지유도폭탄 투하 훈련 등이 실시됐다고 공군은 덧붙였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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