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보다 파급력 세다"…베니스 초청된 인터랙티브 영화 '아파트'

나원정 2024. 8. 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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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막 제81회 베니스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초청작 '아파트…'
채수응 감독 "소셜 체험·AI 결합
체험형 스토리텔링 초석 닦겠다"
인터랙티브 VR 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로 오는 28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초청된 채수응 감독은 "낯선 형태의 영화인 만큼,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뉴미디어 시대에 영화의 새로운 생존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성장통이란 설명이다.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일방향성 작가주의로 공감을 유도하는 건 예전 방식이죠. 젊은 세대는 체험형 스토리텔링으로 다가가야 공감합니다.”

배우 장혁 주연 인터랙티브 SF 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이하 '아파트')’로 28일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개막하는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이머시브(Immersive‧몰입형) 경쟁 부문에 초청된 채수응(42) 감독의 말이다.
‘아파트’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작품이다. 채 감독은 VR(가상현실) 단편 애니메이션 ‘버디 VR’로 2018년 같은 부문 최우수 VR 체험상을 수상한 데 이어 두 번째 초청이다. 2017년 신설된 베니스 영화제 VR 확장 부문은 2022년 XR(확장현실) 작품까지 포괄하는 이머시브 부문으로 명칭을 바꿨다.
‘아파트’는 2080년 한 형사(장혁)의 수사 과정에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의 영화다. 기억 보존 시스템 ‘마인드 업로드’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를 무대로 2009년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뇌사 상태 소년의 기억 데이터에 접속해 당시 현장을 돌아보며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


2D·VR 다른 체험, 관객 머리 맞댄 소통까지 '작품'


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는 2080년 미래, 장기 미제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뇌사 상태 소년의 왜곡된 기억 데이터에 접속하는 형사(장혁, 가운데)의 수사과정을 관객이 관람 도중 VR 체험 및 생성형 AI 배우와의 소통을 통해 직접 관여하는 인터랙티브 방식 작품이다.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상영 때마다 15~25명의 관객이 약 30분 길이 2D 영화 본편을 관람하는데, 관객 중 선정된 1명은 VR 기기를 통해 상황을 몸소 체험한다. 스크린에 등장한 생성형 AI(인공지능) 배우의 지시에 따라 2D 관객들이 남긴 반응이 VR 체험자의 미션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관람 후 관객들이 대화하며 이야기 퍼즐을 맞추는 과정까지 작품의 일부로 삼았다. 이렇게 누적된 관객 체험 데이터가 다음 상영시간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집단 경험을 공유하는 ‘소셜 체험’이 작품의 목적이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선 2D‧VR 버전을 각기 관람하는 공간 등으로 구성된 부스를 설치해 영화제 기간 매일 6회차 상영한다.
영화 ‘미스터 고’(2013)의 3D‧시각특수효과(VFX) 프로듀서, ‘적인걸 3’(2018) VFX 총괄, 칸 국제영화제 VR 초청작 ‘화이트 래빗’(2017) 연출 등을 거친 채 감독이 또 한 번 극장 경계를 허물고 영화적 경험을 확장했다.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그는 ‘아파트’ 제작에 영향을 준 문화 현상으로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의 급부상과 더불어, 최근 급성장한 몰입형 소셜 플랫폼 ‘VR챗’을 꼽았다.

"넷플릭스 1000억 드라마보다 VR챗 영상 파급력 크죠"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 버추얼 프로덕션 이미지.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VR챗은 사용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 아바타를 이용해 실시간 게임, 채팅 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 조각, 음악, 공연 등 창작까지 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VR 기반 메타버스 커뮤니티 공간이다. 전세계 스트리머‧크리에이터들의 방송 콘텐트로도 주목받는 추세다.
채 감독은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이 소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그쳤다면 VR챗은 감성적으로 소통‧공감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면서 “스트리밍 방송 댓글로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다 보니 온라인에선 제작비 1000억원대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VR챗 영상의 파급력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대에 새로운 영화가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생성형 AI를 덧붙여 실시간 기억 데이터의 정리와 상호소통까지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베니스서 낯선 도전, 비판받아도 생존 위한 성장통"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의 관객은 관람 도중 생성형 AI 배우와 음성으로 소통하며 거짓과 왜곡이 뒤섞인 소년의 기억 데이터 속에서 과거의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사진은 소년의 기억 속 당시 사건 현장으로 들어간 화면이다. 사진 베니스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에선 영화‧드라마‧게임 콘텐트를 함께 보면서 실시간 댓글로 감상평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영화‧드라마에 대한 해석‧반응 등 기존 작품을 특색 있게 즐기거나 재해석한 ‘재창작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채 감독은 “온라인 소셜 체험에서 재창작은 하나의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아파트’를 통해 사람들이 영화로 소통하고 즐기는 에너지를 새로운 포맷으로 되살려보고자 했다. 이 작품의 최종적인 완성은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달성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사진)는 각기 2D 영상과 VR 체험으로 본편 내용을 경험한 관객들이 관람 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퍼즐을 맞춰나가는 대화 과정까지가 작품에 포함되는 형태로 구성됐다.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이런 연출 의도는 미디어 장르에 대한 실험으로 범주를 넓히고 있는 베니스 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의 취지와도 통한다. ‘아파트’는 베니스 영화제 이후 상영 형태를 새롭게 변주하며 국내 배급도 시도할 계획이다.
그는 “영화 포맷이 지난 120년 간 필름 기반 문법으로 만들어져 왔다면, 인터넷 환경의 영화 콘텐트는 이전과 다른 생존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나름대로 도전해본 작품을 베니스에서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공개인 만큼 혹독하게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갑니다. 작품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성장통이죠. 생성형 AI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작품이 앞으로 더 고도화할텐데 그 초석을 ‘아파트’로 잘 다져보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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