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의 큰 도적 믿는 세력있어 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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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권신이 전단한 일이 혹 있었고, 외척이 발호한 일이 혹 있었고 내시가 정령을 가로 챈 일이 혹 있었습니다만, 지금처럼 서리들이 나라일을 농락하는 것은 일찍이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서로 작당하여 좀도적질을 하면 포졸들에게 급히 잡아들일 것을 명하면서, 벼슬아치들이 도적질을 하여 국맥을 쇠진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관도 이를 감히 말하지 못하고 사직 당국이 이를 추궁하지 않으며 혹 일개 관헌이 좀 규찰하려 들라치면 이내 죄를 씌워 파직시키는 권리까지 그들이 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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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기자]
▲ 남명매 남명 조식 선생이 61세에 심었다는 매화나무. 수령이 450년 정도이다 |
ⓒ 하주성 |
자고로 권신이 전단한 일이 혹 있었고, 외척이 발호한 일이 혹 있었고 내시가 정령을 가로 챈 일이 혹 있었습니다만, 지금처럼 서리들이 나라일을 농락하는 것은 일찍이 듣지 못했습니다. 군민의 서정과 국가의 기무가 모두 그들 손에 의해 처단되고 지방의 납세와 공물이 먼저 그들의 배를 채우지 않고서는 행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각 고을에 분배하여 문권을 만들고 그 자손들에게 그 권리를 전하여 공납하는 자는 온 가문이 있는 재산을 모두 팔아 바쳐도 모자라서 끝내는 빚을 지고 도망가는 자가 줄을 잇기에 이르렀습니다. 어찌 전하께서는 누리시고 있는 부가 바로 당신의 노복들이 자행한 방납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이는 망국지세에서도 듣지 못하던 일입니다.
이제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서로 작당하여 좀도적질을 하면 포졸들에게 급히 잡아들일 것을 명하면서, 벼슬아치들이 도적질을 하여 국맥을 쇠진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관도 이를 감히 말하지 못하고 사직 당국이 이를 추궁하지 않으며 혹 일개 관헌이 좀 규찰하려 들라치면 이내 죄를 씌워 파직시키는 권리까지 그들이 쥐고 있습니다.
▲ 남명 조식 |
ⓒ 김동수 |
만일 언관이 농립하여 마지 않다가 부득이한 데 핍박된 뒤 구차스럽게 따른즉 선악의 소재와 시비의 분별을 알 수 없게 될 것이니 이는 임금의 길을 잃는 것이 됩니다. 임금의 심덕이 밝아있다면 이는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이 나에게 있음과 같아서 비추어지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고, 왕의 심덕과 위엄이 초목에 까지도 미칠 것이니 하물며 백성에게 미치지 않음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조정에 서 있는자 중에는 세상을 밝힐 만한 왕좌지재(王佐之才)와 자기 직무에 충실하는 어진이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나. 이들은 명철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우매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즐거움으로 걱정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안일하고 있으니 이 어찌 사람의 모사함이 굳세지 못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하늘의 명이라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요? (주석 1)
주석
1> <행장 및 사적>, 381~384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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