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의 큰 도적 믿는 세력있어 방자

김삼웅 2024. 8. 26. 15: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고로 권신이 전단한 일이 혹 있었고, 외척이 발호한 일이 혹 있었고 내시가 정령을 가로 챈 일이 혹 있었습니다만, 지금처럼 서리들이 나라일을 농락하는 것은 일찍이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서로 작당하여 좀도적질을 하면 포졸들에게 급히 잡아들일 것을 명하면서, 벼슬아치들이 도적질을 하여 국맥을 쇠진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관도 이를 감히 말하지 못하고 사직 당국이 이를 추궁하지 않으며 혹 일개 관헌이 좀 규찰하려 들라치면 이내 죄를 씌워 파직시키는 권리까지 그들이 쥐고 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 20] 선조에게 올린 상소

[김삼웅 기자]

▲ 남명매 남명 조식 선생이 61세에 심었다는 매화나무. 수령이 450년 정도이다
ⓒ 하주성
선조에게 올린 상소(2)

자고로 권신이 전단한 일이 혹 있었고, 외척이 발호한 일이 혹 있었고 내시가 정령을 가로 챈 일이 혹 있었습니다만, 지금처럼 서리들이 나라일을 농락하는 것은 일찍이 듣지 못했습니다. 군민의 서정과 국가의 기무가 모두 그들 손에 의해 처단되고 지방의 납세와 공물이 먼저 그들의 배를 채우지 않고서는 행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각 고을에 분배하여 문권을 만들고 그 자손들에게 그 권리를 전하여 공납하는 자는 온 가문이 있는 재산을 모두 팔아 바쳐도 모자라서 끝내는 빚을 지고 도망가는 자가 줄을 잇기에 이르렀습니다. 어찌 전하께서는 누리시고 있는 부가 바로 당신의 노복들이 자행한 방납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이는 망국지세에서도 듣지 못하던 일입니다.

이제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서로 작당하여 좀도적질을 하면 포졸들에게 급히 잡아들일 것을 명하면서, 벼슬아치들이 도적질을 하여 국맥을 쇠진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관도 이를 감히 말하지 못하고 사직 당국이 이를 추궁하지 않으며 혹 일개 관헌이 좀 규찰하려 들라치면 이내 죄를 씌워 파직시키는 권리까지 그들이 쥐고 있습니다.

어찌 믿는 세력이 없고서야 이토록 방자하고 못하는 짓이 없이 날 뛸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마치 교활한 토끼처럼 각기 세 개의 굴을 가지고 있고, 냇물의 조개처럼 단단한 껍질을 입고 있습니다.
 남명 조식
ⓒ 김동수
전하께서 하늘이 굽어보듯 크게 노하시어 왕권의 위엄을 떨치시고 친히 재상과 집사들을 조사하여 그 까닭을 규명하시고 직접 처단하시기를 순임금이 사흉을 물리치고, 공자가 소정묘를 죽인 것처럼 한즉 이는 능히 임금이 악을 미워함이 극에 다달아 있음을 알아서 백성들이 크게 죄악을 범하는 것을 두려워 할 것입니다.

만일 언관이 농립하여 마지 않다가 부득이한 데 핍박된 뒤 구차스럽게 따른즉 선악의 소재와 시비의 분별을 알 수 없게 될 것이니 이는 임금의 길을 잃는 것이 됩니다. 임금의 심덕이 밝아있다면 이는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이 나에게 있음과 같아서 비추어지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고, 왕의 심덕과 위엄이 초목에 까지도 미칠 것이니 하물며 백성에게 미치지 않음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조정에 서 있는자 중에는 세상을 밝힐 만한 왕좌지재(王佐之才)와 자기 직무에 충실하는 어진이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나. 이들은 명철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우매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즐거움으로 걱정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안일하고 있으니 이 어찌 사람의 모사함이 굳세지 못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하늘의 명이라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요? (주석 1)

주석
1> <행장 및 사적>, 381~384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