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공격 성공" 주장 이스라엘-헤즈볼라, 긴장 완화 시그널…휴전협상 또 결렬
중동 지역 확전 우려를 키운 이스라엘과 친(親) 이란 무장세력 레바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일단 ‘불안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당국은 레바논 접경지인 북부에 발령했던 비상사태 경보를 해제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여전한 가운데 외신은 “양 측의 치명적 긴장이 종식되고, 저강도 갈등이 재개됐다”고 분석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워싱턴포스트(WP) 등은 “양측의 극적이지만 절제된 긴장 고조 상황(a dramatic but contained escalation)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이 지난달 이스라엘이 푸아드 슈크르 헤즈볼라 최고사령관을 사살한 것에 대한 ‘1단계 보복’이라고 강조하며 “다음 공격”을 언급했다. 하지만 CNN은 “수사적 표현일 뿐 다음 공격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며 “갈등은 일단락됐다”고 봤다.
앞서 이날 새벽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를 포착했다면서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로켓·미사일 발사대 1000곳 등 표적을 선제 타격했다. 직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340발의 카츄사 로켓을 발사한 뒤 수십기의 공격용 드론을 날려보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 등 최첨단 다층 방공망으로 이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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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공격 성공" 주장
대규모 전투기와 미사일, 드론이 동원된 양측의 무력 충돌에 곳곳에서 폭발음이 울리고 불꽃·연기가 치솟았지만 실질적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망자는 레바논 측 3명, 이스라엘 측 1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양측은 모두 “공격 성공”이라 자평하고 있다. 동시에 상대편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반박하며, 자신들의 피해는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 자체가 양 쪽 모두 사실상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읽을 여지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텔아비브 소재 국방연구소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헤즈볼라는 슈크르 암살에 대한 ‘억제 방정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지만, 전면전을 벌일 의사는 없다”며 “지금은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헤즈볼라로서는 보복에 성공했다는 명분을 얻고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 자체가 성과인 셈이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 말콤 H. 커르 카네기 중동센터의 연구 부소장인 모하나드 헤이지 알리는 “이스라엘 측 사상자가 적다는 것은 갈등을 억제하려는 헤즈볼라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WSJ은 “이번 충돌은 지난 4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회동 중이던 이란 군 장교들이 사살됐을 당시 이란의 보복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전했다.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며 300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WSJ은 “이란은 헤즈볼라의 이번 공격보다 훨씬 더 위험한 무기를 조합했지만,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렸고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란 보복 남아…"확전 위협 진행중"
하지만 미국과 중동의 주변국은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 간 충돌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점을 우려한다. 현재로선 양측 모두 ‘갈등은 이어가되 전면전은 원치 않는다’는 기류가 읽히지만, 이처럼 수위 높은 공방이 이어지다 자칫 어느 한쪽에서 ‘표적 오류’나 ‘계산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억제할 수 없는 전면전으로 삽시간에 치달을 위험성이 상존한다.
중동의 주요 중재자인 요르단은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위험한 반향”을 경고했고, 이집트 역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 새로운 전선이 열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국제 사회에 협력을 촉구했다. CNN은 하마스 수장이었던 이스마일 하니야가 자국 내에서 암살된 데 대한 이란의 보복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확전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헤즈볼라가 다음 단계 공격을 앞두고 이스라엘 방공망을 탐색하기 위한 위력정찰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헤즈볼라의 공격이 "위력정찰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저항의 축 세력이 시차를 두고 이스라엘을 향한 추가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위력정찰은 적군의 세력과 배치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계획된 전투 작전을 말한다. ISW는 그 근거로 헤즈볼라가 실제 공격에 사용한 로켓포보다 더 많은 발사대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이번 작전이 "처벌의 일부일 뿐"이라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말하며 추가 공격을 암시했다. 나스랄라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종교행사인 '아르바인'에 맞춰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며, 이번 작전명을 '아르바인의 날'로 명명했다고도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에도 공격을 이어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71명이 숨지고 112명이 다쳤다며 “이들의 공격은 학살”이라고 규탄했다. 하마스 역시 같은 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로켓을 발사했지만, 빈땅에 낙하해 사상자는 없었다.
◇가자 휴전협상 결렬=25일 로이터통신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이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또다시 성과없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지대의 완충 구역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한다는 당초 약속을 뒤집었다고 주장하며 대표단을 철수시켰다. 중재국은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 재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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